샤넬 컬처 펀드 후원,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 기조강연 및 워크숍 개최

아이디어 뮤지엄 세 번째 프로그램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리움미술관의 중장기 연구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Idea Museum)’의 세 번째 프로그램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이 성공리에 개막했다고 2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지난 11월 25일 개막하여 2026년 7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그 시작으로 ‘배움과 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 및 워크숍이 4일간 진행됐다. 

 ‘중동태의 자리에서 성찰하기: 대를 잇는 삶, 지각, 그리고 배움’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팀 잉골드.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샤넬 컬처 펀드는 2023년부터 리움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디어 뮤지엄'을 통해 동시대 현안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탐구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의 사유와 실천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사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개막 프로그램은 11월 25일 잉골드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잉골드는 ‘중동태의 자리에서 성찰하기: 대를 잇는 삶, 지각, 그리고 배움’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능동과 수동의 이분법을 넘어, 행위와 변화가 공명하는 과정, 즉 ‘중동태(middle voice)’ 개념을 제시하며,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앎’의 과정을 탐구했다. "본다는 것은 곧 상상하는 것"이라며, 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은 지식을 혼자 쌓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커머닝, commoning')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중간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예로 들며 지각을 상상력의 영역으로 설명하는 등 철학적 사유를 시각 예술과 연결해 청중들의 깊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진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김지혜 연구원과의 토론에서는 배움과 관계 맺기의 의미를 확장하고, 인간과 물질, 환경을 잇는 사유의 지평을 함께 논의했다. 나아가 AI가 ‘선(과정)’을 남기지 않고 결론만 만드는 위험성을 지적하며, 세대 간 연결을 위한 느슨한 매듭과 여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강연에는 미술 작가, 전공자와 애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하여 좌석을 가득 메웠으며 강연과 토론 내내 열띤 분위기 속에서 팀 잉골드의 사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에 이어서, '만들기’ 워크숍이 리움미술관, 남산공원, 한강공원, 파주 직천리 짚풀문화마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흙과 짚풀, 연을 매개로 몸과 재료,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앎’을 체득하며, 자신과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류학자 황희선 씨는 "잉골드 교수님이 위대한 학자임에도 다정하고 소탈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사람들의 추상적인 관계를 흙이라는 매체로 구현해 만질 수 있게 만든 워크숍이 강연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첫번째 '만들기' 워크숍을 협업한 김주리 작가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한 명의 개인을 넘어 우리라는 관계로부터 중동태적 배움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 만들기 세션 식물 워크숍.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은 2026년 7월까지 ‘춤추기’, ‘연주하기’, ‘합창하기’, ‘듣기’의 네 가지 움직임을 중심으로 워크숍, 퍼포먼스, 예술가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안무가 안은미, 첼리스트 겸 작곡가 이옥경, 즉흥음악가 필 민턴, 리스닝 아카데미 등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와 연구자들이 참여해 감각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배움의 경험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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