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지방은 '이중 한파'…관광·소비로 돌파구 찾기도

경주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추석연휴 황리단길. 경주시청 제공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대선이 이뤄지기까지 국내 경제는 먹구름 속에서 깊은 한파를 맞았다. 전국적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특히 지역 경제의 타격은 더욱 심각했다. 중소도시 상권은 회복력이 약했고, 지방자치단체 예산마저 긴축되면서 지역경제는 이중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자체들은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와 관광 자원을 활용해 외부 방문객을 유지하고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하려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며 ‘지방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나우캐스트 지표에 따르면 계엄이 선포된 주간인 지난해 12월 3일 전국의 신용카드 이용금액 추이는 직전 주 대비 -26.4%로 급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5%, 경기 22.6%, 전북 38.2%, 대구 27.2%, 경남 26.4%, 부산 23.5% 등 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상태였다.

 

계엄을 선포한 주에는 전주 대비 서울 -29.3%, 경기 -23.1%, 전북 -33.8%, 대구 -19.6%, 경남 -22.4%, 부산 -25.6% 등 감소로 돌아섰다

 

소비 위축은 올 1분기에도 이어졌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2.9%, 11.4% 하락했다. 외식업 전체는 매출 감소세가 컸는데, 술집, 분식, 베이커리·디저트, 패스트푸드 업종 순으로 감소세가 컸고 매출은 전기 대비 최대 13.6% 줄었다. 

 

당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주요 기조로 삼았던 윤석열 정부는 이미 세수 결손의 여파로 지방 지원 재원이 축소된 긴축 국면에 있었다. 계엄 이후 경제 심리 위축과 불확실성 증폭은 지방 재정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자체들은 한정된 예산 속에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지역 상품권 발행, 소상공인 융자 및 긴급 지원, 상권 활성화 캠페인, 공공 일자리 사업 등 단기적 소비 진작과 주민 소득 확보를 추진했다. 동시에 장기적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산업과 관광 인프라 개선,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힘썼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말 진행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경주와 영남권 전체에 단기적인 소비 증진을 넘어 장기적인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산업·관광 기반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방산·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력 및 해외 직접 투자(FDI)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는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경제 효과는 7조4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약 2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올해 김천 김밥축제에는 15만 명이 축제장을 방문했다. 김천시청 제공

실제로 APEC 전후 약 한 달(10월1일~11월4일)간 경주를 찾은 방문객은 58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8% 증가했다.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20만6602명으로 35.6% 이상 급증해 글로벌 도시로서 입지를 굳혔다.  

 

경북 김천에서는 지난 10월, 김밥 브랜드 이야기를 활용한 김천 김밥축제가 열렸다. 김천의 대표 특산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징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기획해 지난해보다 5만명 많은 15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김천 지역의 쌀, 시금치, 계란 등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

 

구미에서는 구미 라면축제, 푸드페스티벌, 낭만 야시장 등 여러 행사로 관광객을 유치했다. 특히 구미와 농심이 협업해 열린 구미 라면 축제는 35만명의 방문객이 몰렸으며 푸드페스티벌과 낭만 야시장도 각각 20만명이 몰리며 구미 지역 8개 축제에서 올 한해에만 100만명이 왔다 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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