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걱정거리”…식품물가 5년새 27% 뛰었다

농수산물 수급 불안에 가격 상승
고환율에 수입식품까지 껑충
소비자들, "뭐 하나 싼 게 없다"
자영업자도 "손님 줄어" 울상

서울 소재 대형 유통매장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까지도 그렇게 못 느꼈는데, 올해는 너무 올라서 심각해요.”

 경기도에 사는 60대 주부 이모씨는 체감물가를 묻는 말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씨는 “동네 시장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 한통이 7000원”이라며 “배추부터 무, 갓, 고춧가루까지 김장 재료 뭐 하나 싼 게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명태요리 전문점을 하는 사장 한모씨 또한 요즘들어 부쩍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원재료 물가가 오른 탓에 메뉴 가격을 올리게 되니 손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점심특선 등 할인행사를 하면 손님들이 이런 음식만 주문해 또다시 마진이 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한씨는 토로했다. 

 

 장바구니 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산 가격까지 덩달아 들썩이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어서다.

 

 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식품물가지수는 127.1로,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27.1%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7.2% 오른 것과 비교해 약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식품 등 생활물가는 5년간 20.4% 뛰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김은 5년간 54.8% 올랐으며 계란은 44.3% 상승했다. 식용유는 60.9%, 참기름은 51.9% 각각 올랐다. 국수(54%)와 빵(38.7%) 값도 뛰었다. 국산 소고기가 9.3% 오른 사이 수입 소고기는 40.8%나 올랐다. 커피는 43.5%, 사과는 60.7%, 귤은 무려 105.1% 상승했다. 상추, 시금치, 오이 같은 채소도 40% 넘게 비싸졌다. 고등어와 오징어 역시 3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 먹거리 가격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망고 가격은 7113원으로 33% 상승했다. 파인애플은 개당 7933원으로 전년보다 23% 올랐다. 바나나 역시 지난해보다 11% 상승했다.

 

 수입산 소고기도 비싸졌다. 미국산 갈비살(냉장)은 지난 5일 기준 100g당 5037원으로 1년 전보다 13.9% 올랐다. 미국산 척아이롤(냉장)은 3995원으로, 34.5% 상승했다.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 모두 가격이 상승세인데 이는 환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수산물도 수입산 의존도가 큰 품목들은 가격이 많이 뛰었다. 고등어는 수입산(염장) 상품 한 손이 4일 기준 1만259원으로 1년 전보다 36.6% 상승했다. 명태(원양·수입)는 한 마리에 4173원으로 5.7% 올랐고, 새우(수입 흰다리)는 10마리에 5266원으로 10.1%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환율 장기화는 물가를 더욱 밀어올릴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공업체와 외식업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국산 농산물 원료구매자금(추경 포함 125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통기업들도 원산지 다변화와 품목별 관세 대응, 통합 매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환율에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이마트의 경우, 바나나는 에콰도르, 베트남, 필리핀, 페루 등 산지를 다양화하고 소고기는 미국산, 호주산 외에 아일랜드산까지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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