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강남발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서울 전역을 묶은 규제가 실수요 중심 지역에까지 타격을 주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서울 전역 상승폭이 일제히 둔화하면서 서울 외곽지역부터 토허제를 순차적으로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집값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자치구의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노도강과 금관구는 비교적 아파트 가격이 안정적이고 최근 거래 증가폭도 크지 않은 곳들이다. 한국부동산원 12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1일 기준)에 따르면 노원구(1.70%), 도봉구(0.74%), 강북구(0.90%)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서울 누적 평균치(7.86%)에 한참 못 미쳤다. 이에 이들 지역에선 정부가 인근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삼중 규제’를 무리하게 일괄·획일 적용했다는 반발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울 전체로 보면 주간 아파트값은 0.17% 상승으로 지난 11월 셋째 주(0.20%) 이후 2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되는 등 10·15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다. 거래량 역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10월 8473건에서 11월 2245건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정부 일각에선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있어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반발하는 민심을 의식한 듯 토허구역 해제 군불을 떼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토허제는 임시 조치”라며 “길게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주택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과열이 진정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시장도 토허제 해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전 지역 토허제 지정은 ‘과도한 규제’라며 해제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지난 3년 주택가격 상승률 평균이 오히려 하향 안정화됐다”며 “토허구역 지정을 비롯해 규제와 관련해 거래동향을 지켜보며 해제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국토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허제 해제 키를 쥐고 있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일 만찬 회동을 하자 토허구역 조정을 둘러싼 물밑 논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국토부는 “토허구역 해제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며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구역 해제 시점 등을 조율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토허제 부분 해제가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규제 해제가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수세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해제가 풍선효과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어느 지역을 먼저 해제하더라도 억눌려 있던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며 단기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규제지역을 해제하면 정책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