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제도화 및 부문별 배분 등을 둔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총파업을 불과 90분가량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가 한 발씩 요구조건을 양보한 데다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점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세계비즈는 5개월 넘게 이어진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과정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11일 2026년 임금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갖고 이듬해 2월 10일 집중교섭에 돌입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동행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노조) 등 공동교섭단은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및 성과급 상한 폐지 등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냈다. 3월 3일 중노위가 2차 조정회의서 ‘조정 중지’를 결정하자 공동교섭단은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해 투쟁을 이어갔다. 공투본이 전체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 실시한 결과, 해당 안건은 93.1% 찬성으로 가결돼 공투본은 쟁의권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17일엔 초기업노조가 창사 후 첫 과반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공투본은 같은 달 23일 경기 평택시 평택캠퍼스 앞에서 약 4만명의 노조원이 참여한 가운데 투쟁 결의대회 개최하기도 했다. 공투본은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5월 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튿날엔 총파업 첫날인 5월21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하겠다고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지난 5월 7일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사내게시판을 통해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삼성전자 노사가 중노위가 주관하는 사후조정 절차 수용했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1차 사후조정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및 제도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며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자 삼성전자 경영진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지난 15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노조에 추가 대화를 제안했다. 이튿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 내부 문제로 고객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청을 수용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여명구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피플팀장으로 교체하는 등 대화를 통한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다가오자 정부도 개입 강도를 높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조는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지난 18일부터는 중노위가 주관하는 2차 사후조정이 열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인 사업부 간 성과급 배분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총파업이 불과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노사가 합의에 실패하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 노조를 향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김영훈 고용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합의안 도출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까지 막판 합의를 이어갔고 결국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10시까지 2026년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다. 노사가 내놓은 합의안은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노조의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합의안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