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9% 폭등했는데…원화 가치는 2009년 금융위기 수준 ‘폭락’, 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시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뉴시스

국내 증시가 사상 유례없는 폭등세를 기록 중인 가운데, 원화 가치는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폭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8일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원화 가치 최저)까지 치솟았다. 통상 반도체 수출 호조와 증시 상승은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지만 올해 원화는 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WSJ는 이 같은 역설적인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세를 지목했다. 외인들은 올해 들어 4월까지 매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가 단기간에 109% 폭등하는 기염을 토하자 글로벌 펀드들이 특정 국가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 과다를 우려해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한국 증시의 역대급 성공이 오히려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비중 축소 매도를 부르는 부메랑이 됐다”고 평가했다.

 

시장 변동성이 임계치에 달하자 금융감독원은 한국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당국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한 투기성 거래가 국내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집중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화 약세 심리에 편승한 투기성 차익실현 거래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역시 대외 리스크 관리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요인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중동 상황과 미국 물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24시간 긴장감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109% 급등과 원화 가치 급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시장이 향후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변동성 자체에 취해있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이며 극심한 시장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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