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SK온을 살려낼 수 있을까. K-배터리의 야심찬 꿈을 안고 출범한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다. 출범 이후 3년간 2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적자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SK그룹의 실적 부진 및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영향 등으로 그룹 내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SK의 아픈손…SK온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2분기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2021년 4분기 398억원 적자에 이어 2022년 및 2023년 각각 연간 영업손실 9912억원, 5818억원을 기록했다. 10분기 연속 적자로 해당 기간 총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76억원에 이른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의 유망한 미래를 감안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예상보다 더딘 매출 확보로 근심이 크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한 뒤 시설투자에만 20조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출범 당시만 해도 10년 내에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였지만 현실은 흑자 전환조차 힘든 상황이다.
◆오너가의 위기 극복 능력은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은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점검을 통해 미래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비효율 사업 및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부문에 집중 투자하도록 지시했다. 219곳에 달하는 많은 계열사 수에 대한 우려가 나온 만큼 변화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해법으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안부터 SK온과 SK엔무브, SK온과 SK E&S 합병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되고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SK온의 경우, 오너가가 직접 움직였다. 지난해 8월 영입했던 성민석 SK온 부사장은 최근 최고사업책임자(CCO) 자리에서 해임됐다. 이어 유정준 SK미주대회협력총괄 부회장이 SK온 신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것도 ‘SK온에 인공호흡을 불어넣는 인사’가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