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및 파면 이후 기존 정부의 산업∙경제 분야 정책 시계도 멈췄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윤 정부의 정책 기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정부가 어떤 정책을 이어받고 어떤 부분은 과감히 전환해야 할지 논의가 본격화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우리 산업경제 분야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내수 위축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숙박∙음식점업은 2000년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생산지수는 103.8로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2023년 5월부터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그리며 역대 최장기간 침체 기록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소상공인 대상 규제 완화와 민간 중심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팬데믹 이후 회복기로 접어든 내수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직접 현금 지원보다는 대환대출 프로그램 등 간접 지원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직접 구제보다는 제도적 유도에 그치면서 정책의 체감도가 떨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임대료, 인건비 부담이 높은 도심 상권을 중심으로 폐업률이 상승하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누적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조기에 종료하고, 정부 주도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자영업자 부채 관련 토론회에서 “최대 80%까지 원금 탕감을 포함한 장기적 채무조정과 함께 생계비 대출 같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64조원에 이르고, 연체율도 1.67%로 상승 추세다. 평균 소득은 감소하는 반면 대출 규모는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 등과 달리 직접 보상보다 금융지원에 의존한 점이 현재 자영업자들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에도 줄이지 않았던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부터 가치 외교도 대표적인 실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가치 외교를 내세우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며, 중간재 수출에 의존하는 전자·화학 산업계는 판로 축소, 통상 마찰 등의 리스크에 직면했다. 실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2022년 이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비우호적 통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정책에서도 소통을 소홀히 하면서 온국민이 원하던 의대 증원을 통한 의사 수 증가가 혼란으로 이어졌다. 윤 정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집단 사직과 동맹 휴학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협의 없는 정책 강행은 전공의 이탈과 진료 공백으로 이어졌고, 환자들의 불안은 정부의 의료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됐다.
일각에선 고령화 사회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방향 자체는 타당했지만, 충분한 설득과 조율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것이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민생 회복과 산업 안정이라는 두 축을 함께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전환기를 맞아 산업과 경제 정책도 새로운 방향 설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재정 여력을 활용한 소비 진작, 자영업자 구제책, 의료 정책의 사회적 합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축소된 R&D 투자의 회복과 장기적인 기술 지원 전략 마련 역시 산업계의 신뢰 회복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탄핵 이후의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주로 “지난해 연말 장사를 망친 이후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 더 이상 안 좋을 수가 있나.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바로 회복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수가 워낙 망가졌다. 회복하려면 몇년이 걸릴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자조하는 글도 많이 보인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나라 경제를 살려주길 바란다는 데 한마음을 모으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