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동반여행 문화가 자리 잡는 데 일조했다는 면에서 자긍심을 느낀다.”
반려가족 전용호텔 키녹이 오픈 13개월 만에 누적 방문견 1만5000마리 시대를 열었다. 지난 25~26일 경북 경주시의 보문관광단지 내 키녹에서 열린 1주년 기념 미디어 팸투어에서 허태성 교원 호텔연수사업부문장 상무는 그동안의 성과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키녹은 교원 그룹의 ‘스위트호텔 경주’라는 상호로 2023년 연말까지 운영되다 지난해 1월 리모델링을 거쳐 그해 8월31일 반려견과 반려인 친화 호텔로 문을 열었다. 반려견 배려 시설을 갖춘 34개 전 객실은 물론 동반 취식이 가능한 카페 겸 레스토랑 ‘스니프’, 2500평 규모의 야외 펫파크, 88평 실내 반려견 운동장 등 모든 공간을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다. 경주는 물론 전국의 다른 주요 펫호텔은 반려견 이동 동선에 조금씩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확고한 차별점이다.

◆ 댕댕이와 ‘겸상’하며 식도락… 블루리본도 달았다
오픈 초기부터 고급이면서도 세심한 펫프렌들리 시설로 인기를 얻은 키녹(관련기사 : 펫호텔 ‘키녹’ 인기비결... 댕댕이 ‘키’우는 반려인 ‘녹’이는 감동 디테일 - https://www.sportsworldi.com/newsView/20250216506389)은 이후로 즐길 거리 확장에 신경을 쏟고 있다. 우선 스니프는 메뉴가 크게 늘었다. 반려견 메뉴는 멍푸치노, 멍파르페로 시작해 현재는 멍치킨, 멍피자, 멍젤라또, 멍리조또, 멍파스타, 멍타르트, 멍케이크 등 16종으로 늘었다.
손하름 키녹 매니저는 “알레르기가 있는 강아지들을 고려해 메뉴를 다양화 했다”며 “지난 1년 사이 이곳이 강아지 모임의 성지가 됐다. 15마리 대규모 모임도 있었고, 생파(생일파티)도 자주 열린다. 자연스럽게 이름을 외운 단골 강아지도 많다”고 밝혔다. 반려인이기도 한 손 매니저는 휴무일이면 강아지 웅지와 키녹을 찾는다며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보호자를 위한 먹거리도 늘렸다. 스테이크는 경주 한우로 만든다. 브런치 카페 콘셉트지만 고객의 지속된 한식 메뉴 요청에 다음달부터는 떡볶이도 판매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고객 요청이 끊이지 않지만 끝까지 고수하는 원칙도 있다. 초콜릿, 건포도 등 반려견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배제하는 것.
손정규 키녹 부총지배인은 “카페에서 초코 메뉴를 팔지 않으면 매출 면에서 크게 손해를 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키녹은 보호자보다 반려견이 우선이다. 강아지 건강을 위한 결정이기에 반려인들도 흔쾌히 이해를 한다”고 말했다.


맛도 인정받았다. 스니프는 지난 5월 국내 대표 맛집 가이드북인 블루리본서베이의 최신 버전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부터 발행 중인 블루리본서베이는 매년 3만 명 이상 독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맛집을 지역별로 소개하는 서비스다.
◆ 독피트니스 아세요?… 다양한 반려견 동반 프로그램
펫파크도 고객 피드백을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 입구 일부가 미끄럽고 가파르다는 의견을 반영해 안전하게 돌계단을 설치했다. 일부 구역의 잔디가 상하자 새 잔디를 심기도 했다. 객실의 경우 하이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장애인 및 장애견을 위한 배리어룸의 가격 허들을 낮췄다. 이소민 매니저는 “배리어룸은 단차가 없고, 안전바가 설치돼 이용객이 안전하게 묵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화 했다. 김민석 키녹 총비재인은 “독 피트니스, 건강 상담, 피로개선 마사지 등 콘텐츠를 늘렸고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독 피트니스가 대표적이다. 반려견의 신체 건강은 물론 자신감 향상을 돕는 운동 프로그램으로, 경주시 및 경북도와 손잡고 4주 과정의 ‘개튼튼’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독피트니스 자격증을 보유한 손대승 훈련사는 “수도권에서는 독피트니스가 가격이 비싼데도 경쟁이 엄청나다. 반려견의 몸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반려인과 교감도 역시 올려주기 때문”이라며 “키녹에서는 경주의 지원을 받아서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집에 돌아가신 뒤에도 쉽게 따라하실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팁과 유의점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매트에 발을 올리는 것도 무서워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진돗개, 노견 사모예드의 건강이 걱정이라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보호자, 독피트니스를 위해 부산서 왔다는 반려가족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 늘어나는 단골손님… 멤버십 ‘로열키녹’으로 보답
이 같은 노력 아래 키녹은 신규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동시에 단골손님도 쌓이고 있다. 누적 반려견 방문객이 1만5000마리를 넘긴 가운데 평균 객실요금(ADR)은 2023년 스위트호텔 시절과 비교 63% 증가했고, 식음료 매출은 68% 늘었다. 키녹 이름으로 처음 맞이한 7~8월 매출도 2년 전보다 50% 뛰었다.
객실점유율(OCC) 성적표도 우수하다. 허 상무는 “통상적으로 OCC가 80%를 넘기면 영업이 잘 되고 있다고 본다”며 “키녹은 국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올해 상반기 70% 수준을 유지하다 6월 이후로는 한 번도 8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하반기만 보면 85%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업계 선발주자인 펫호텔 브랜드와 비교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규 부총지배인은 “최고급 객실인 스위트룸의 경우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임에도 가장 먼저 나가는 객실”이라며 “다가올 추석 연휴에도 1박에 130만원대 가격에도 가장 먼저 예약이 됐다”고 귀띔했다. 이런 단골손님과 충성고객을 위한 멤버십 혜택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스탬프형 오프라인 멤버십 ‘로열키녹’을 발전시켜 내년 중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경주의 대犬한 파트너
키녹이 오픈하고 가장 큰 외부 환경 변화는 경주의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선정이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는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는 2023년 시작돼 그해 울산시·충남 태안군, 지난해 경기 포천시·전남 순천시에 이어 올해 15개 신청 지자체 중 전북 익산시와 더불어 경주시가 뽑혔다. 김 총지배인은 “경주시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신청을 하면서 강점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우리 도시에는 키녹이 있다’는 것이었다고 들었다”며 뿌듯해했다.
이달 6일에는 경주시와 농림축산식품부와 주최한 ‘댕댕투어’도 함께했다. 전국의 예비 반려인이 경주시에서 보호하는 유기견과 하루 동안 경주를 함께 여행하며 입양을 고민하는 행사로, 키녹은 스니프와 펫파크, 독피트니스 체험을 제공했다. 당시 5개팀 중 3개팀이 실제 입양으로 이어졌고, 키녹은 이들에게 숙박권을 선물했다. 김 총지배인은 “키녹 역사상 가장 뜻깊은 행사”라고 표현했다.

키녹이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경주의 ‘국보’로 발돋움했음에도 반려인 입장에서 분명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동궁과월지 같은 경주의 대표적 유적지가 반려견 동반 출입을 금지한다는 점이다. 김 총지배인은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경주시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며 “대신 경주의 바닷가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허 상무도 “반려동물 동반여행은 새로운 문화인만큼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키녹처럼 반려견과 함께하는 공간이 생기고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새로운 기운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기대했다. 키녹의 스니프 역시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한 반려동물과 동반 취식을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운영 중인 곳으로, 허 상무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희망을 얘기한 것이다.
◆ 교원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 계열사 시너지 기대
키녹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반려인 임직원의 방문이 늘어나는 가운데 계열사 시너지도 기대 중이다. 키녹 전 객실과 로비에 설치된 ‘에어가든 공기청청기’는 교원의 가전 브랜드 웰스 제품으로, 펫모드 작동시 반려동물의 털과 먼지 제거에 특화됐다. 보호자를 위한 비데와 정수기도 웰스 제품을 쓴다. 계열사 회원에게 키녹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고객 확대도 노린다.
이미 반려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실감하는 키녹이지만 만족은 없다. 천연잔디 운동장을 활용한 어질리티 대회 개최, 펫파크에서의 바비큐 파티와 영화 관람 같은 반려견 동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오픈 당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기원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펫프렌들리’가 아닌 ‘펫오리엔트’를 주창한 허 상무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당시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키녹 같은 곳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자부했다. 김 총지배인도 “처음 마음 그대로 정성과 디테일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경주=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