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중기대출 5조 증가…상생금융에 커지는 건전성 우려

-지난달 25일 기준 669조, 6월말 대비 6.4조 늘어
-개인사업자 대출도 빠르게 증가…건전성 관리 우려

뉴시스

 정부의 상생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올해 하반기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5조원 넘게 급증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중소기업대출의 높은 연체율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669조54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말 대비 5조456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소기업대출이 1조8758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미 상반기 증가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소호)대출 잔액이 325조1314억원으로 1조428억원 증가했다. 올 상반기 개인사업자대출이 지난해 말 대비 1조5332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강화하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한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안정적인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신성장, 혁신 벤처기업 등에 자금을 적극 공급하는 상생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내세우면서 은행들도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전날 미래 전략사업에 대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했다.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하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은 경기 침체 등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면서 이를 확대한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4%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0.82%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0.9%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뛰었으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2%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20%다. 2021년 0.28% 수준이던 연체율은 ▲2022년 0.32% ▲2023년 0.61% ▲지난해 0.81% ▲지난달 1.20% 등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기준 중소개인 연체율이 1.2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중소법인 1.19%, 대기업 1.01% 순이었다. 

 

 문제는 대내외 경제 악화에 따라 빚 못갚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체율이나 상매각 효과를 조정한 실질 건전성 지표를 보면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상매각 확대, 다양한 선도 업종에 대한 국민성장펀드 조성으로 내년 중에는 기업대출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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