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 임박

사진=AP/뉴시스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에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사실상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당내 보수파 지지를 기반으로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헌법 개정과 안보 강화, 적극 재정 확대를 골자로 한 ‘강한 일본’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185표를 얻어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그는 5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도 183표로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64표로 뒤를 이었다.

 

이번 당선으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역사상 첫 여성 총재가 됐으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선거 과정에서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라는 표어를 내걸고 성장 중심의 국가 비전을 제시해왔다. 그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으며, 방위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비와 무기 조달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가정보국’ 신설과 스파이 방지법 제정 추진 등 보안 체계 정비에도 나설 방침이다.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외국 법인·개인의 토지와 건물 취득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총괄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세력의 영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

 

경제 정책에서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워 반도체 등 경제안보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고물가 대책에 필요한 경우 적자 국채 발행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그는 정부가 금융 정책 방향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급부형 세액공제, 보육 서비스 기업 세제 혜택 등 민생 대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리 지명 선거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5일까지 약 열흘간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일부 야당과 정책 협조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정치에는 속도감이 필요하다”며 연립 정권 확대에도 의욕을 내비쳤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