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전쟁] 왜 쿠팡이고, 왜 네이버인가… 굳히기 나선 두 공룡

쿠팡과 네이버의 최근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및 총거래액 그래프.

 

 “차례상에 올릴 과일도, 향도 바로 다음날 배송되니까 친척 어르신들께서 신기해하시더군요. 사촌동생은 같이 온 강아지의 간식도 온라인 쇼핑으로 하루 만에 받더군요.”

 

 30대 A씨는 최근 추석 연휴 고향집을 방문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특히 배, 사과, 대추 등 신선제품에 모듬전, 통닭 같은 완조리 식품, 막걸리와 제수용품 마련까지 온라인 쇼핑만으로도 하루 이틀 내로 차례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A씨는 “사촌들과 어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쓰는지도 얘기했는데 다들 쿠팡 아니면 네이버였다”며 “사촌끼리 나이차가 꽤 나는 편인데 이 분야에선 세대차가 없더라”며 웃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약 242조897억원이며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지난해 총거래액(GMV)에서 쿠팡은 약 55조861억원, 네이버는 50조3000억원을 찍었다. 총거래액은 직매입 매출에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장터) 판매액을 합산한 것으로 전체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쿠팡이 22.7%, 네이버가 20.7를 차지한 셈이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그 뒤를 G마켓(약 14조원), 11번가(약 7조원), SSG닷컴(약 6조3000억원) 등이 잇고는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장기 적자에 시달리며 구성원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는 실정이다. 그나마 G마켓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중국)와 합병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의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선두그룹을 형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1996년 창업한 인터파크에 이어 옥션(1998년), G마켓(1999년) 등이 문을 열면서 형성됐으며 그 뒤 2008년 등장한 11번가에 이어 2010년에 쿠팡이 소셜커머스 업체로 티몬, 위메프 등과 함께 출범했다. 네이버는 2012년 샵N이라는 이름의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에 합류했다.

 

쿠팡 배송차가 전남 여수시 일대에서 운행하고 있다. 쿠팡 제공 

 

 2020~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빠른 배송 등을 앞세워 독주를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 41조원 및 영업이익 6023억원을 달성,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회사가 14년간 연평균 60%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지난 8월 기준 3422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G마켓·옥션 934만명, 알리익스프레스 920만명, 테무 812만명, 네이버 431만명).

 

 쿠팡 성공의 주요 배경은 새벽 배송의 대명사이자 새로운 표준이 된 로켓배송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을 들여 전국 30개 지역에 100곳 이상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해 2월 기준 260개 전국 시군구 중 70%에 달하는 182곳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까지 3조원을 더 투자해 전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국민 포털로서 인지도와 1000만 누적 유료 회원 수를 바탕으로 스마트스토어 등을 운영하며 지난해 커머스 부문에서 2조9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올해 3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공식 출시했다. 쿠팡과 달리 자체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네이버는 다른 회사 및 브랜드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힘을 키우고 있다. 새벽배송과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 기업 컬리와 손잡고 지난달 컬리N마트를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추석 연휴에도 7일을 제외하고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유지했다.

 

최근 추석 연휴에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속한 컬리N마트. 네이버 제공

 

 지난 6월에는 CU, GS25 같은 편의점과 손잡고 이용자 주변 1.5㎞ 내 매장에서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빠르게 배송 받을 수 있는 지금배달 서비스도 선보였다. 또한 네이버는 상품 경쟁력과 사용자 경험 등의 보완을 위해 롯데그룹 유통군과도 협력키로 했다.

 

 업계는 향후에도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소비자들은 보다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력과 신뢰도를 갖춘 쿠팡과 네이버는 지속적인 투자와 협업으로 각자 온라인 쇼핑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최근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이버 제공

 

 아울러 두 회사는 멤버십에서도 강점을 가진 곳이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혜택을 늘리며 신규 고객 유입에 힘쓰고 있다. 멤버십을 통한 충성 유료고객의 증가는 자연스레 이커머스 매출 확대로도 이어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을 넘어서는 등 이커머스의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만큼 현재 업계 1~2위라 할 수 있는 쿠팡과 네이버도 역량 강화에 열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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