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신선식품 새벽배송부터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이르기까지 거대 플랫폼으로 부상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군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대형 유통기업 간 파격 협업이 성사되면서 시장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쇼핑을 새 전략 카테고리로 낙점한 네이버가 동맹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네이버는 롯데쇼핑과 인공지능(AI) 협력에 들어갔고 컬리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은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2010년 설립 이후 거액의 인프라 투자를 이어온 쿠팡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유료 멤버십 회원을 빠르게 늘리며 입지를 다졌다. 2023년에는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6023억원을 달성했다.
네이버의 경우 본업인 정보통신(IT) 기술 역량에 집중하면서 역량 있는 기업들과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같은 C커머스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조성되자 각자도생 대신 합종연횡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2020년 국내 최대 물류기업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실시하며 물류 인프라를 보완했다.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 없이 생산능력(Capa)을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반쿠팡 연대’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올해 4월에는 컬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긴밀한 협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물로 지난달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컬리 물류 자회사인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에 합류했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보완하고, 컬리는 4000만 네이버 사용자를 대상으로 접근성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롯데 유통군과도 전방위적인 업무 제휴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달 5일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 관계자들이 직접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를 찾아 협력을 다짐했다. 롯데 유통군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와 네이버의 플랫폼 생태계를 결합해 AI, 쇼핑, 마케팅, ESG 등 4개 분야의 역량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다.

신세계그룹은 위기의 G마켓을 구원할 카드로 C커머스와의 동침을 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간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승인했다. JV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두 플랫폼을 별도 운영할 것과 국내 소비자 데이터의 상호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JV 설립 계획을 밝히고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에 따라 당초 예상대비 지연됐던 JV 설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알리와의 협력은 G마켓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404억원에 G마켓을 인수했지만 2022년부터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200여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G마켓과 옥션에 입점한 60만 K-셀러들의 판로를 확대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JV의 첫 번째 협업 성과로 최근 G마켓은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라자다와 연동해 해외 판로를 확대했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관계사 중 하나인 라자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약 1억6000만명의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둔화됐고 시장 상황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며 “빠른 배송, 멤버십 할인 등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각자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전략적 제휴도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