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기업들이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에 이어 패션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장하면서 유망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스토어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직접 진출에 비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백화점 3사는 K-패션 브랜드 육성∙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론칭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최근 아시아 등지에서 개최한 K-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에 현지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0일 일본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도큐 플라자 오모카도에 ‘더현대 글로벌’의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더현대 글로벌은 통관부터 물류, 매장 운영, 현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현대백화점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K-콘텐츠 수출 플랫폼이다.
플래그십 매장 오픈 이후 해당 쇼핑몰을 찾은 2030세대 방문객 수는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마다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으며, 매출은 목표치를 30% 이상 초과 달성 중이다. ‘코이세이오038’ 펌킨 스커트, ‘더블러버스’ 선글라스 등 일부 품목은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품절된 품목의 재입고를 위한 긴급 수급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유망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자체 글로벌 리테일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2023년 태국 시암에서 첫번째 팝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 이세탄 백화점과 프랑스 파리 쁘랭땅 백화점에서 K-패션과 뷰티 팝업을 차례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태국 방콕의 최대 쇼핑 랜드마크인 센트럴백화점 센트럴월드점 1층에 K-브랜드 쇼케이스 팝업을 열었다. 패션(타낫∙라티젠∙쓰리타임즈), 뷰티(디어달리아∙톤28∙베리스), 식품(산스) 등 한국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팝업 공간을 완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지 인플루언서 초청 이벤트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현지 홍보와 마케팅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향후에는 북미 시장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국내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유망 K-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팝업스토어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 진출 플랫폼 ‘롯데백화점 넥스트랩’을 론칭했다. 통관, 인테리어, 마케팅 등 개별 브랜드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해외 진출 과정을 롯데백화점이 가진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지원하는 구조다. 특히 롯데백화점이 업계 유일하게 해외에서 백화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수 브랜드에는 정식 입점 기회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넥스트랩은 올해 누적 1조원 매출 달성이 유력한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처음 진행된다. K-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무센트’가 첫 주자로 나서 내달 4일까지 팝업 행사를 전개한다. 무센트는 최근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팝업을 진행해 큰 화제를 모았고, 베트남은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는 무센트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5개 K-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에서 팝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지난 4월 도쿄 시부야 중심부에서 17일간 진행한 ‘2026 무신사 도쿄 팝업’은 평균 방문객이 4400여명에 달했다. K-패션 브랜드 80여개가 행사에 참여했으며, 트렌드에 민감한 1020세대 방문 비중이 70% 이상이었다. 무신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통해 참여 브랜드의 평균 거래액을 전월 동기 대비 4배 이상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지역 신규 회원 수는 109% 증가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