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부른 면역력 저하, ‘칼날 통증’으로 보내는 경고

찌는 듯한 폭염과 밤낮없는 더위가 이어지는 8월, 많은 사람이 무기력감과 피로를 호소한다. 그런데 이처럼 체력이 고갈된 틈을 타 우리 몸속에 숨어있던 ‘복병’이 깨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극심한 통증과 함께 띠 모양의 수포를 동반하는 질환, 대상포진이다. 흔히 피부병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상은 신경계 질환에 가까운 대상포진은 통계적으로 8월에 가장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과거 수년간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면, 대상포진 환자는 전통적으로 1년 중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뚜렷한 계절적 특징을 보인다. 특히 8월의 환자 수는 연간 월평균 환자 수보다 약 10~15% 이상 높게 나타나며 정점을 찍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특정 시기에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여름철, 그중에서도 8월의 환경적 요인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다. 우리 몸은 폭염 속에서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이 떨어져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이 약해진다.

또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숙면을 방해해 생체 리듬을 교란시키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시원한 실내와 무더운 실외를 자주 오가는 생활 패턴은 신체의 자율신경계에 스트레스를 주어 면역 조절 기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강한 자외선 노출 역시 피부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릴 적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기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정우 부평그린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생활 습관들이 역설적으로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라며 “특히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후유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골든타임’이므로, 원인 모를 통증이 몸의 한쪽에서 발생한다면 조기에 마취통증의학과와 같은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8월은 대상포진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하는 시기다. 평소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생활화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몸의 한쪽 부위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느껴지고, 며칠 뒤 붉은 반점이나 물집이 나타난다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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