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어들면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면서 의욕과 체력이 떨어졌다는 호소가 늘어난다. 감기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피로가 누적되며 기존 만성질환이 악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피로로 치부하기 쉬운 증상들이 사실은 면역 체계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수원 S서울병원 나경민 가정의학과 원장은 “가을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로 체온 조절이 힘들어진다”며 “면역이 약해지면 단순한 감기나 상처 회복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의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면역 저하가 불러오는 연쇄 반응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외부 병원체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져 감염이 잦아지고 회복도 더디다. 이 과정에서 체내 염증 반응이 쉽게 촉발되면 대사 균형이 흐트러져 비만·당뇨·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나 원장은 “면역 세포는 매일 생성되는 비정상 세포를 감시·제거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면역력이 저하되면 이런 감시 기능이 약해져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면역 저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속적인 염증 신호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에 영향을 주어 우울감, 불안, 무기력감을 촉발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조절 이상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다시 면역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나 원장은 “몸이 먼저 지치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면역과 정신건강은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면역을 지키는 방법
나경민 원장에 따르면 복잡한 처방보다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우선 강조한다. 나 원장은 식생활, 활동, 수면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제철 채소와 과일을 자주 섭취하면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간과 면역계가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많이 먹으라는 권고가 아니라 어떤 성분이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환자들이 따라 하기 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순환과 활동이다. “하루 20~30분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혈액과 림프 순환이 촉진돼 면역세포 기능이 좋아진다”며 나 원장은 운동의 핵심은 격렬함이 아니라 규칙성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은 수면과 회복이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만들면 면역 회복 속도가 달라진다. 늦은 밤 과식이나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통합 면역 접근법
최근 의료계에서는 증상 치료에 머무르지 않고 면역 체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통합적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 영양·운동 처방, 숙면 관리 등 생활요법과 함께 면역 세포 상태·대사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개인 맞춤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나 원장은 “환자마다 면역 저하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면역세포 검사와 생활습관 평가를 병행해 개인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왜 면역이 무너졌는가를 찾는 과정이 있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맞춤형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체내 독소 배출을 돕는 생활습관 개선, 세포 수준의 자가포식 유도, 항염·항산화 영양소 보충 등 다양한 전략을 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나 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과장된 주장에는 주의해야 한다. 어떤 처방이든 과학적 근거와 환자 상태에 맞는 개별화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시적 피로와 면역 저하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경민 원장은 “평소와 다른 피로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감염이 반복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