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거울을 보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놀랐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진 탓으로 여기거나 “시간 지나면 돌아온다”는 주변 조언에 넘기기 쉽다. 실제로 산후탈모는 대부분의 산모가 겪는 생리적 현상이 맞다. 다만 문제는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자연 회복 과정으로 시작된 탈모가 일부에서는 여성형 탈모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공기환 부천 닥터공헤어라인의원 대표원장은 “산후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 아니라, 호르몬·영양·스트레스가 동시에 변하는 시기에 모낭이 급격히 영향을 받는 사건에 가깝다”며 “회복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는 자연 회복이 어려운 여성형 탈모로 이어질 수 있어 출산 후 일정 기간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산 후 2~4개월, 왜 갑자기 머리가 빠질까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모발의 성장기가 길어진다. 원래라면 빠졌어야 할 모발도 탈락하지 않고 유지되면서 머리숱이 늘어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출산 이후 호르몬 수치는 빠르게 감소한다. 이때 임신 기간 동안 유지되던 모발이 한꺼번에 휴지기로 이동하며 탈락이 시작된다.
이를 휴지기 탈모라고 한다. 보통 출산 후 2~4개월 사이에 시작해 3~6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 대표원장은 “임신 중 늘어난 모발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 자체는 병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모발 탈락이 6개월 이상 이어지거나 모발 굵기가 눈에 띄게 가늘어지면 단순 산후탈모가 아니라 여성형 탈모로 넘어가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정수리 가르마가 넓어지는 느낌 ▲머리카락이 짧고 가늘게 자라남 ▲머리를 감을 때 배수구에 모발이 과도하게 쌓임 ▲앞머리 라인이 비어 보임 등 이러한 변화는 단순 탈락량 증가가 아니라 모낭 기능 약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자연 회복되지 않는 이유… 유전·영양·스트레스
산후탈모가 장기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복 환경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 이후 여성의 몸은 수면 부족, 철분 결핍, 급격한 체중 변화, 육아 스트레스에 동시에 노출된다.
공 대표원장은 “출산 후 산모의 철분과 단백질 저장량은 크게 감소한다”며 “모발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영양이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공급이 끊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수유 기간 동안의 영양 소모, 급격한 다이어트, 산후 우울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는 모낭을 휴지기로 더 오래 머물게 한다. 여기에 가족력까지 있는 경우 탈모는 ‘일시적 탈락’이 아니라 ‘진행성 질환’으로 변한다.
◆산후탈모 치료의 핵심은?
탈모 치료는 단순 발모 촉진보다 모낭이 다시 성장기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즉, 두피 혈류 개선과 세포 활성화가 기본이 된다.
적외선 기반 광선 치료 장비(스마트룩스, 헤어셀S2 등)는 두피 온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모낭 주변 미세혈관을 확장시켜 산소 공급을 늘린다. 이는 휴지기에 머무른 모낭이 다시 성장기로 이동하도록 돕는다.
공 대표원장은 “광선 치료는 약물에 부담을 느끼는 산모도 적용 가능하고 두피 염증 감소와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초기 탈모 단계에서 모발 굵기 회복에 의미 있는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출력 LED 기반 HPBM 치료를 병행하면 적색·근적외선 파장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활성도를 높여 모낭 대사를 촉진한다.
혈류 환경을 개선한 뒤에는 모낭에 필요한 성분을 직접 전달하는 치료가 병행된다. 오토MTS(미세침 치료)와 메조테라피가 대표적이다.
공 대표원장은 “산후탈모는 모발이 빠지는 문제가 아니라 모낭이 약해지는 문제”라며
“재생 인자 치료를 병행하면 가늘어진 모발의 굵기가 회복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일상 관리다. 산후탈모는 생활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출산 후 3개월 내 급격한 체중 감량 피하고 철분·단백질 충분히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하루 최소 5시간 이상 수면 확보 노력하고 머리를 세게 묶는 헤어스타일 제한하는 게 권장된다.
공 대표원장은 “출산 후 피로감과 어지럼증이 함께 있다면 단순 육아 피로가 아니라 철분 결핍일 수 있다”며 “혈액검사를 통해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고 치료 기간도 짧아진다. 반대로 모낭이 위축된 뒤에는 치료가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