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질환으로 치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4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글로벌 구강 건강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5억 명이 구강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식습관과 관리 방식이 구강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최근에는 디저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대표적인 구강질환인 충치 발생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두쫀쿠, 버터떡처럼 당류 함량이 높고 점성이 강한 음식은 치아 표면에 오래 남기 쉬운 특성이 있다. 입안에 남은 당분은 세균의 먹이가 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산이 치아 표면을 서서히 부식시키면서 충치로 이어진다. 식후 양치가 늦어지거나 간식 섭취 빈도가 잦은 생활이 반복될수록 치아가 산성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다.
식습관 변화와 구강 관리 소홀은 충치로 이어진다. 충치는 치아 표면이 썩는 문제가 아니라 세균과 산에 의해 치아 조직이 단계적으로 손상되는 과정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지만 진행되면서 시린 증상이나 음식물이 끼는 불편감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차거나 뜨거운 음식에 민감해지고, 통증이 지속되거나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치료 방법은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치아 표면의 탈회가 진행된 상태로, 적절한 불소 도포와 관리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법랑질에 국한된 충치는 손상 부위를 제거한 뒤 레진 등으로 간단히 수복하면 된다. 상아질까지 진행됐다면 충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인레이나 온레이와 같은 보철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 조직까지 손상된 경우에는 신경치료를 통해 감염된 조직을 제거한 뒤 크라운으로 치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은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아 있는 치아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치과보존과는 자연치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분야로, 충치 치료와 신경치료, 미세한 균열 관리 등을 담당한다. 손상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삭제를 줄이는 치료가 이뤄질수록 치아의 수명을 길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충치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식사 후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양치를 진행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해 치아 사이에 남은 음식물을 제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류가 많은 음식은 섭취 횟수를 줄이고, 섭취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궈 산성 환경이 오래 유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구강 검진을 통해 초기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데일리치과 이찬희 원장은 “충치는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범위와 방법이 크게 달라진다”며 “치과보존과 진료를 통해 자연치아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인 구강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 검진과 올바른 구강 관리 습관을 병행하면 충치 진행을 예방하고 치아를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