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늦은 결혼,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감소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유방 내 실질 조직이 촘촘한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비교적 예후가 좋고 유방 보존율도 높은 편이지만,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대다수가 검진을 미루거나 방치하곤 한다.
특히 한국 여성은 치밀유방 비율이 높은 만큼,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정기적인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경희 가온유외과 대표원장에 따르면 치밀유방은 유방을 구성하는 조직 중 지방 조직에 비해 모유를 분비하는 유선 등 실질 조직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를 말한다. 이는 질환이나 이상 소견은 아니지만, 국가 암 검진 등에서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유방촬영술(X-ray) 검사 시 암 진단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는 “유방촬영 사진에서 지방 조직은 검게 나타나는 반면, 유선 조직과 유방암 종양은 모두 하얗게 표시되기 때문에 치밀유방의 경우 종양이 유선 조직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방촬영술 결과에서 '이상 없음'이나 '치밀유방'이라는 소견을 받은 후, 이를 완벽히 안전한 상태로 오인해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생략하는 경우다. 치밀유방 소견은 유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사진이 하얗게 나와 내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우니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유방 내부에 자라나는 미세한 종양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유방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수술 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 등 복잡한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삶의 질 저하와 장기적인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종양의 크기가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 단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유방을 원형대로 보존할 확률이 높아지고 후속 예후 또한 매우 긍정적이므로,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유방암 조기 진단은 일차적으로 기본 유방촬영술과 함께 유방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방초음파 검사 역시 하얗게 가려진 유선 조직 사이의 미세한 혹이나 낭종 등을 명확하게 구별해 낼 수 있어 치밀유방 여성에게 필수적인 상호보완적 검사로 꼽힌다.
유방암은 개인의 연령, 가족력, 신체적 특성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맞춤형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유방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 규칙적인 자가 진단과 올바른 생활 습관 유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매달 생리가 끝난 후 3~5일이 지난 시점에 유방을 만져보며 멍울이 생겼는지,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는지, 피부 함몰 등의 변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경희 대표원장은 "많은 여성들이 유방촬영 검사 후 치밀유방이라는 결과를 단순한 신체적 특징으로만 여기고 넘어가지만, 유방암 조기 발견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핵심은 하얗게 가려진 유선 조직 속 종양을 명확히 판별하는 데 있다"며 "특히 한국 여성은 치밀유방 비율이 매우 높으므로 검사 결과에 안주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객관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