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시대, 드론이 방산의 핵심으로 떠오르다

사진=에이럭스
사진=에이럭스

피지컬 AI가 산업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실제 하드웨어로 구현해내는 드론이 방산 기술의 핵심 축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자율비행·자율판단 능력을 갖춘 드론이 정찰·타격·요격 등 전장의 실질적인 전력으로 편입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드론 산업 자체의 외연도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국내 드론 산업이 코스닥 상장 시장에서 잇따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피지컬 AI 드론 기업 니어스랩이 8월 3~7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24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한국 드론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미 상장을 마친 에이럭스와, 상장을 앞둔 니어스랩이라는 두 축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어스랩은 대드론 하드킬 솔루션 '카이든(KAiDEN)'과 군집 자폭드론 '자이든(XAiDEN)'을 앞세워 UAE·싱가포르 등에서 방산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해외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매출의 90% 안팎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출 중심 구조는 국내 드론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니어스랩의 상장을 개별 기업의 이벤트를 넘어 한국 드론 산업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기업들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니어스랩이 대드론 요격·자폭드론이라는 특정 영역에 기술력을 집중해 해외 실전 레퍼런스를 쌓아왔다면 에이럭스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아우르는 자체 기체 기술력에 더해 이를 실제 양산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생산 인프라까지 함께 갖춘, 기술과 제조가 결합된 드론 기업으로 꼽힌다.

 

에이럭스는 최근 국군재정관리단이 발주한 대규모 군 전력화 사업인 '교육용 상용드론(II) 구매(제조) 사업'의 최종 공급 업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총 1만1265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사업은 국내 상용드론 조달 사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프로젝트로, 에이럭스가 여기에 참여했다는 것은 대규모 군 물량을 안정적으로 양산해낼 수 있는 생산 체계를 실제로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에이럭스는 해외 시장에서도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미국 교육용 드론 기업과의 공동개발·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복수의 미국 방산기업들과도 부품 개발·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 기준에 부합하는 비중국산 공급망 구축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해외 기체 통합에 필요한 안정적이고 기술력 있는 비중국산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니어스랩이 요격·자폭드론이라는 특화 영역에서 해외 실전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면, 에이럭스는 소형에서 중대형까지 아우르는 자체 기체 기술력과 국내 대규모 조달 사업 수행 경험, 미국 기업들과의 공급 협력까지 갖추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방산 드론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글로벌 추세가 있다. 각국이 드론을 차세대 핵심 전력으로 규정하면서 조달 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NDAA와 블루 UAS(Blue UAS)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고, 유럽·중동 국가들도 자국 안보와 직결되는 드론 조달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 드론에 대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전 검증된 기술력과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동시에 갖춘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방산·산업용 드론 모두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니어스랩의 UAE·싱가포르 수출 계약과 에이럭스의 미국 기업들과의 공급·개발 협력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큼이나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수요가 늘어나는 지금이 한국 드론 기업들에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비중국산 드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열려 있는 시기는 길게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시기에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양산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기업이 이후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니어스랩처럼 특화 영역 수출로 주목받는 기업과, 에이럭스처럼 기술력과 양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추고 국내 대규모 조달 실적과 미국 공급 협력까지 쌓아가는 기업이 함께 부각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드론 산업 전체의 체급이 달라지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니어스랩의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 흐름이 국내 드론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니어스랩의 후속 수주 성사 여부뿐 아니라, 에이럭스처럼 기술력과 양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추고 해외 공급 레퍼런스까지 쌓아가는 기업의 행보도 한국 드론 산업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2025년) 연간 매출을 살펴보면 두 기업의 강점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니어스랩은 해외 실전 레퍼런스와 기술력을 앞세워 매출 67억원을 기록하며 수출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에이럭스는 국내 대규모 조달 사업과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6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양산 체력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드론 산업의 경쟁력이 결국 '기술을 실제 물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양산 역량'과 '해외에서 통하는 기술력' 양쪽 모두에서 판가름 난다고 보고 있으며, 두 기업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성장 방식은 각각 그 답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피지컬 AI 드론 산업은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낼 하드웨어와 양산 기반이 뒷받침돼야 하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각자 새로운 영역에 처음부터 뛰어들기보다 서로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연결해 신규 투자 부담을 줄이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협업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니어스랩의 상장과 에이럭스의 성장은 결국 한국 드론 산업 전체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두텁게 만드는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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