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은 등산과 트레킹 등 야외활동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시간 산행에 나서거나 경사가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면 무릎 관절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하산할 때는 체중과 충격이 무릎에 집중되기 때문에 중장년층이라면 산행 후 나타나는 무릎 통증을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좋다.
50~70대는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무릎 관절과 주변 조직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젊은 층처럼 큰 외상이 없더라도 산길에서 발을 헛디디거나 무릎이 순간적으로 비틀리는 정도의 충격만으로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될 수 있다. 등산 무릎 통증이나 계단 무릎 통증이 반복된다면 반월상연골판 파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월상연골판은 대퇴골과 경골 사이에 위치한 반달 모양의 섬유연골 조직이다.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돕는다. 흔히 무릎 연골이라고 표현하지만 뼈 표면을 덮고 있는 관절연골과는 다른 구조다. 이러한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면 충격을 분산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주변 관절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월상연골판 파열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릎 안쪽이나 바깥쪽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부종이다. 평지를 걸을 때는 큰 불편이 없다가 계단을 내려가거나 쪼그려 앉을 때 통증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파열된 연골판 일부가 관절 사이에 끼면 무릎이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제대로 펴지지 않는 ‘잠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산행 이후 무릎 통증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은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위치와 증상, 무릎의 움직임 등을 확인하는 진찰을 바탕으로 진행한다. X-ray 검사를 통해 관절의 전반적인 상태와 퇴행성 변화를 살펴보고, 반월상연골판과 주변 연부조직의 구체적인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반월상연골판 파열이 확인됐다고 해서 모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치료 방법은 파열 위치와 크기, 형태, 환자의 연령과 활동량, 통증 및 기능 저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손상이 비교적 경미하고 무릎 잠김과 같은 기계적 증상이 없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 재활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적용해 증상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반면 파열 범위가 크거나 연골판 일부가 관절 사이에 끼어 무릎이 반복적으로 잠기는 경우, 충분한 비수술 치료에도 통증과 기능 저하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때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무릎 내부의 손상 상태를 직접 확인하면서 파열 형태와 위치에 따라 봉합하거나 손상 부위를 선택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등을 적용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가능한 한 정상적인 반월상연골판 조직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이 과도하게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MRI에서 파열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방향을 정하기보다 실제 증상과 손상 형태, 관절 상태 등을 함께 살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일엽 서울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중장년층은 반월상연골판에 퇴행성 변화가 진행돼 있어 큰 외상이 없어도 등산 중 반복되는 충격이나 작은 비틀림으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하산이나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 통증이 지속되거나 무릎이 걸리고 펴지지 않는 잠김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을철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출발 전 무릎과 허벅지 주변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좋다. 평소 운동량이 적었다면 처음부터 긴 코스나 경사가 심한 산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운동량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하산할 때는 속도를 줄이고 보폭을 짧게 해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산행 후 무릎 통증이 반복되거나 휴식을 취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운동을 이어가기보다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