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풍요의 계절인 만큼 제철 식재로도 풍성하다. 캠핑장이나 한강, 루프탑에서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꽃게나 생밤과 같은 가을철 즐기는 단단한 음식은 치아 크랙(균열)이나 파절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아파절은 외부 충격이나 강한 교합력 등으로 치아 일부가 깨지거나 부러진 상태를 말한다. 치아크랙은 치아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표면의 미세한 금부터 씹는 면에서 뿌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균열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치아 표면에 얕게 생긴 미세한 선은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균열이 깊어지면 씹는 힘이 가해질 때 치아 내부 조직이 자극받아 통증이 생긴다.
치아 크랙·파절 증상은 그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음식을 씹거나 물었다가 힘을 뺄 때 통증이 나타나고,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균열이 치수까지 진행되면 신경 조직에 염증이 생겨 가만히 있어도 아프거나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아가 시린 증상이나 통증이 반복되는데도 충치, 잇몸질환 등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균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손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단은 치아의 외관과 교합 상태,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필요에 따라 엑스레이 촬영이나 확대 관찰, 씹는 자극을 이용한 검사 등을 시행한다. 미세한 균열은 일반적인 엑스레이에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어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균열의 위치와 진행 방향, 치수 손상 여부, 잇몸 아래나 치근까지 이어졌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치아 손상이 제한적이라면 레진 등으로 깨진 부위를 수복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하지만 씹는 면의 상당 부분이 손상됐거나 균열이 반복적인 교합력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크라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크라운은 치아 형태에 맞춘 보철물을 씌워 손상된 치아를 감싸고 씹는 힘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것을 줄여준다. 균열이 더 진행되는 위험을 낮추면서 치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다. 다만 크라운이 모든 균열을 완전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며, 손상 범위가 넓거나 균열이 잇몸 아래 깊은 곳까지 이어졌다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균열이 치수까지 도달해 염증이나 감염이 발생했다면 신경치료 후 크라운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반대로 치아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거나 치근까지 심하게 손상돼 보존이 어렵다면 발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아에 금이 갔다고 무조건 크라운을 씌우거나 발치하는 것은 아니다. 치아를 살릴 수 있는지, 남아 있는 치질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이찬희 데일리치과 대표원장은 “치아의 균열은 뼈처럼 자연적으로 붙어 회복되는 손상이 아니며, 치료한 뒤에도 균열이 진행되는 사례가 있다”며 “통증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기보다 손상 범위를 확인하고,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는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