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원, 내년부터 내부통제 관리 책임 부여받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시행 6개월 후부터 은행·지주부터 순차 적용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내년 말부터 금융회사 임원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업무현장에 맞는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되고 실제 준수 여부도 면밀하게 점검되는 등 내부통제와 관련된 관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2016년부터 법령준수, 건전경영, 주주 및 이해 관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내규 등에 따라 대표이사 등을 내부통제 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관련 규율이 ‘형식적·절차적 의무’로 인식될 뿐, 실제 영업을 담당하는 실무부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들의 관련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모든 임원이 내부통제를 자신의 업무로 인식하도록 하는 등 금융권에서 근본적인 내부통제 행태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시점. 금융위원회 제공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사전에 명확화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대표이사(CEO)가 책무의 중복·공백·누락없이 마련해야 하며,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둘째로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세 번째로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도 명확해진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사항 추가,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구체화했다.

 

마지막으로 관리조치를 미실행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임원에 대해서는 기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과 동일하게 신분제재를 부과한다. 이는 금융사고의 발생을 초래한 위법행위에 대한 감독자책임이 아닌, 신설된 내부통제 관리의무라는 본인의 업무를 소홀히 한 고유의 자기책임이라는 점에서 기존 내부통제 제재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결과책임이 되지 않도록 평소에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임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사전에 예측·통제하기 어려운 불의의 금융사고로부터 담당 임원의 소신과 판단, 노력이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초기 제도 도입 및 준수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마련해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규정 마련과정에서 광범위한 금융권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등 지속 소통하고 규정으로 담기 어려운 부분은 금융권과 함께 모범사례도 만들어 지속 전파해 나갈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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