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인공지능(AI)시대에 대비하는 금융산업 혁신

 

 요즘 은행에 전화하면 인공지능(AI) 행원과의 통화가 우선이다. 걸려 와도 마찬가지다. 대출을 연기할 때면 더욱 그렇다. 상담원과 통화하고 싶지만 AI 안내원과 통화하지 않으면, 영업점에 방문해서 처리하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금융사에서 AI 활용도는 이 정도다. 진화 상황을 봤을 때 그 정도는 무척 낮은 편이다.

 

 AI의 시작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인 앨런 튜링은 1950년 ‘컴퓨팅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에서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서막을 열었다. 이후 여러 이론적 배경과 증명을 통해 AI는 진화를 거듭했고, 2016년 딥러닝과 확률적 샘플링 기반의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으로 일반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게다가 2022년 말 등장한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인 챗GPT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시대에 금융회사도 도입에 잰걸음을 재촉하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그들은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넘어 혁신 금융이라는 화두를 갖고 조직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지만, AI 적용 수준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그렇다면 금융회사가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사업이 크게 성장하였고,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았다.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 비대면 서비스는 결국 고객 데이터를 확보·분석하여 다시 고객에게 제공하는 능력이다. 이에 영업 목적으로 계열사 간 고객정보의 제공을 허용해 달라는 금융지주사의 요청에 정부도 화답한 바 있다. 엄격한 고객 데이터 보호를 전제로 금융계열사 간 고객데이터를 병합하여 활용한다면, AI 활용 능력치는 상승할 것이다. 그러면 고객에게도 더 나은 품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AI 기반의 기술-보안-금융이 융합된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가 여러 유형으로 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채, 2024년은 온디바이스 AI가 대세로 등극할 전망이다. 이는 거대한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고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 등 디바이스 자체에서 AI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벌써 실시간통역이 가능한 AI 폰이 큰 관심을 끈다. 이러한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CES 2024에 출품되었던 반지 형태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볼 만하다. 이는 생체인식 보안을 강화한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변화를 수용하는 조직으로 체질이 개선돼야 한다. 디지털 혁신은 조직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비롯한 이해당사자와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정렬하는 과정이다. AI는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고 이와 연계한 조직 변혁이 요구된다.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두려움보다는 구성원 간 이해도를 높이고 재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면, AI 기반의 혁신 금융을 위한 변화도 슬기롭게 이뤄질 수 있다.

 

 2023년은 국민이 급격한 금리상승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은 해였다. 그 와중에 은행은 후진적 금리 장사치와 같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런 혹평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혁신 금융은 AI 없이 요원하다. 더욱이 윤리 논란에도 장래에 도래할 ‘일반AI(AGI)’ 시대에는 혁신이라는 단어도 진부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AI 기반의 금융 혁신은 조직 구조 변혁과 함께 비즈니스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짜는 것이나 다름없다. AI 활용 능력에 따라 금융회사의 미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우식 전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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