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돈의 카오스’ AI를 바라보는 회계사의 심정

최정욱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공인회계사

 

 인공지능(AI)의 돌풍이 무섭다.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주식시장의 AI를 향한 관심도는 지속하고 있고, 현실에서도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활용도가 급격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체적으로 관심이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시험 삼아 챗(CHAT) GPT와 Gemini에게 보편적인 세무나 회계를 질문하면 예상보다 논리 정연하게 답변을 해주는 것에 놀라고, 조금 깊게 대화를 나눠보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다만 안도감이 오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고객들의 다양하고 디테일한 문제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세법과 유권해석, 판례의 쟁점사항을 해석한 후 전문가로서 의견을 전달하는 현재의 밥벌이를 당분간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러하듯 회계사나 세무사의 부가가치는 고객들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주면서 발생한다. 고객과 과세당국, 그리고 자본시장 주체들 간의 불균형한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알려주고, 해석해주면서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는 데이터화가 가능한 항목이며, 이를 해석하는 지식은 항상 전문가의 영역에서 대중의 보편적인 지식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AI로 인해 전통적인 전문가의 역할이 도전받는 게 당연하다.

 

 다만 먼 미래에는 AI를 탑재한 로봇이 전문가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AI는 이를 활용하는 인간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므로 회계와 세무시장은 AI로 무장한 특정 몇몇들과 그렇지 않은 회계사, 세무사 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인데, 승리하는 쪽을 점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두려운 점은 AI를 활용하는 경우 업무의 생산성이 높아 서비스의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고, 이를 통해 독점력을 강화할 수 있어 소수의 승리자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로 구분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실제 회계감사 시장에서는 대형회계법인이 회계감사와 관련된 AI 회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세무시장에서도 ‘AI 기장’, ‘AI 신고’, ‘자동 환급’ 등을 표방한 여러 서비스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서비스를 개시한 지 오래다. 다만 회계와 달리 세무시장은 국세청이라는 ‘두려운’ 존재가 있는데, 과세기관으로서 무서움이 아니라 세무서비스 제공의 경쟁자로서 공포감이 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국세청이 얼마나 간편하게 연말정산을 끝낼 수 있는지를 용어만 몇 개 알면 대부분 5분 안에 끝낼 수 있다. 여기에 올해 초 국세청은 지능형 검색서비스를 도입해 납세자의 편의성을 더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 AI를 도입하는 데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내에서 세무자료를 국세청만큼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또 있을까를 생각하면 향후 세무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아찔하기만 하다.

 

 물론 필자도 승리하는 쪽이 되고 싶어 개인적인 시간에 파이썬이나 AI와 관련된 책을 만지작거리고는 있지만, 문과라는 출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형 ERP 제공업체들의 연구비 수준을 살펴보면 개인이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한다. 그래도 AI가 발전하든 말든 가족 부양의 의무는 계속될 것이니, 시간을 되돌려 ‘공대 갈 걸 그랬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발전될 기술을 용기 있게 잘 받아들여 보자고 다짐을 한다. AI 앞에 두려운 마음이 드는 자들 모두 힘내시라.

 

<최정욱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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