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석 달째 상승...고유가·고환율에 물가 상승 압력 더 커질 듯

국제 유가 뛰며 3월 수입물가 0.4% 상승
유가·환율 불안감 여전…소비자물가 상승 압력 요인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수입물가(원화 기준)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소비자물가를 더욱 자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중반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수입물가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3월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오르며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월평균 두바이 유가는 지난 2월 배럴당 80.88달러에서 지난달 84.18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한 달 새 4.1% 오른 수준이자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7.2% 상승한 수치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하면서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탄 및 석유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오르며 전월 대비 0.4% 올랐다. 자본재는 한 달 전에 견줘 0.1% 상승한 반면, 소비재는 0.2% 하락했다. 지난달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불안 요인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2개월 연속 3%대를 유지 중이다. 특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여부에 따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 이는 고스란히 물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치솟는 원·달러환율도 불안 요소다. 이날 기준 원·달러환율은 14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1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유류세 인하 조처를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농산물 물가 잡기에도 나선다. 김병관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2일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는 가락시장 일평균 전체 반입량 314톤의 절반 이상인 약 170톤을 이달 중 매일 방출할 것”이라면서 “양파 저율관세수입 물량 5000톤, 대파 할당관세 3000톤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4·10 총선 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부문 요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의 재무 상황과 국제연료 가격 등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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