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환율, 우려 수준은 아냐”

4년 임기 만료 앞두고 기자간담회
"경상수지·외환보유고 고려 시 환율 우려 수준은 아냐"
"포워드 가이던스, 시장 심리 안정 효과…중앙은행 신뢰성 훼손 가능성도"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조윤제(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금은 서둘러 금리 인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뛴 원·달러환율 수준에 대해선 경상수지 흑자세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조 위원은 16일 한은 본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서강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했고, 2017년부터 약 2년 간 주미대사로 활동했다. 이후 2020년 4월 임기 4년의 한은 금통위원으로 내정됐다.

 

 조 위원은 “금융시장이 수개월 동안 완화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후 10차례 연속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는 “하반기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인) 2.3%를 기록한다면 연말엔 그보다 더 낮을 수준일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실질금리는 더 올라가게 되고 사실상 긴축적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환율에 대해선 당장 우리 경제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조 위원은 “환율은 내외금리 차, 특정국의 경제에 대한 평가, 미래 성장률, 금융안정에 대한 리스크 등 종합적 변수의 결과”라면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인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여러 요인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펼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3개월 간 시장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지만, 한은은 여러 대내외 변수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도적으로 긴 시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역할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이 높을 때 포워드 가이던스가 장기적 관점에선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면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할 때는 여러 가지 요인과 환경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여러 직장에서 일해봤지만 한은에서 일해보니 직원 한 분 한 분이 정말 우수하고 성실하다고 느꼈다. 일에 대한 태도도 프로페셔널했다”면서 “지난 4년간 한은 내부에서 작성되는 보고서, 또한 외부에 발표되는 보고서의 질이 더욱 높아졌고 양도 많아진 걸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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