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유통시그널] 입맛대로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 열풍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이 하이볼 인기에 힘입어 3만t(톤)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위스키 수입량이 3만t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위스키가 진열돼 있다. 2024.01.30. kmn@newsis.com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MZ문화가 주류업계에서도 변화를 몰고 왔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는 위스키와 탄산수, 레몬 등을 섞은 ‘믹솔로지’ 하이볼이다.

 

 믹솔로지(Mixology)는 ‘Mix(섞다)’와 ‘Technology(기술)’을 합친 신조어로 술과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 문화를 의미한다. 다양한 맛이 나는 음료나 시럽, 과일 등을 입맛대로 섞어 레시피를 탄생시킨다. 

 

 믹솔로지의 유행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건 토닉워터다. 위스키나 고량주, 소주 등 다소 높은 도수의 알콜을 탄산수에 섞으면 달달한 맛에 낮은 도수로 즐길 수 있어 젊은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소주와 홍차를 섞은 그룹 샤이니 멤버 키의 레시피 이후 출시된 ‘진로토닉워터 홍차’뿐 아니라 ‘진로토닉워터 제로’, ‘진로토닉워터 솔’, ‘진로토닉워터 진저’, ‘진로토닉워터 와일드피치’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믹솔로지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하이볼과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의 국내 성장세도 돋보인다. 이에 힘입어 중국 유명 주류기업 우량예그룹은 백주(고량주)를 활용한 ‘우량하이볼’ 출시의 첫 시장으로 한국을 택했다.

 

 전통 백주 브랜드의 하이볼 생산은 새로운 도전이다. 우량예는 명나라 초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해 65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농향 백주로 쓰촨(사천)성에서 생산된다. 우량예는 약 50만원 대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백주는 ‘독하고 싼 술’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RTD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푸바오로 친근한 이미지를 판다를 대표 이미지로 ‘마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빨간색을 오리지널 제품의 대표색으로 결정했다. 이달 말부터 빨간 캔의 오리지널 하이볼, 레몬 향을 곁들인 노란 캔의 레몬 하이볼 2종을 판매한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도 하이볼을 맛볼 수 있다. 치킨·버거 브랜드 KFC는 아메리칸 버번위스키 ‘에반 월리엄스’의 플레이버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켄터키 버번 하이볼 2종’을 압구정로데오점 한정 메뉴로 출시했다.

 

 골든블루 인터내셔널은 하이볼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에 맞춰 ‘카발란 하이볼 위스키 소다’를 판매 중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클래식’ 원액을 사용해 프리미엄 하이볼이다. 리큐르 제조사 부루구루가 CU를 통해 선보인 ‘생레몬 하이볼’은 뚜껑을 따면 얇게 썬 레몬 슬라이스 올라오는 특징을 앞세워 큰 화제가 됐다. 

 

 탄산수와 원액을 섞는 것 이외에도 취향에 맞춰 믹솔로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커피와 소주를 섞은 ‘소메리카노’는 소주의 독한 향 대신 커피의 쌉싸름한 맛을 낸다. 야쿠르트를 활용한 ‘막쿠르트(아쿠르트+막걸리)’도 등장했다. 은은한 산미와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으로 독주를 싫어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