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전세계적으로 뜨겁게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은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R&D) 노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다. 해썹은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로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다. 국내에서 축산물은 2002년부터, 식품은 2003년부터 해썹 의무화가 시작했다. 지속적인 홍보와 인식개선으로 이제는 해외에서도 해썹을 ‘믿고 먹는 음식’의 상징으로 여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물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에서도 식품에 해썹을 적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원장 한상배, 이하 해썹인증원)은 K-푸드 기업에 대해 해썹 인증을 심사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K-푸드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가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KFS(K-Food&Safety)’ 로고를 부여함으로써 식품 강국 미국으로의 활로를 뚫었다.
◆K-푸드에 ‘KFS 마크’ 부착
해썹인증원은 식품·축산물에 대한 해썹 심사와 교육, 기술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이다. 2006년 축산물해썹기준원으로 시작된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 2007년 해썹 지원사업단으로 출발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2017년 2월 통합되면서 해썹인증원이 출범했다.
해썹 인증 기업은 제품에 해썹 마크를 달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 기업 이미지와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는 국민보건 증진과 K-푸드의 세계화라는 값진 결과로 돌아온다.
해썹인증원은 여기서 한걸음 더 진화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와의 ‘국내식품의 세계화를 위한 식품안전담보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안전한 제품임을 국가가 담보하는 KFS 인증을 시범적용하고 있다.
KFS 로고는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공급망관리, 식품사기 및 식품테러에 대한 예방,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을 충족할 수 있는 ‘식품안전국가인증’과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안전한 제품임을 증명하는 ‘자국생산증명’ 2가지를 모두 해썹인증원으로부터 담보 받아야만 부여된다.
먼저 수출상대국의 기준과 규격 등 규제 적합성에 대한 사전 안전성 검사가 수반돼야 한다. 국가공인 식품전문 시험검사 기관인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을 통해 제품의 원재료부터 공정단계, 최종제품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 과정을 거친다. 수출 통관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적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원료의 원산지, 재배과정, 운송정보 등도 확인한다. 공급망관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촬영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지의 QR코드를 통해 해당 제품의 공급망과 식품제조과정 등 동영상 정보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안전성검사를 진행한 시험검사성적서와 식품안전국가인증서, 자국생산증명서도 확인 가능하다.
해썹인증원 직원이 직접 제조 현장에 방문해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행정구역을 확인하고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함으로써 해당 제품이 실제로 국내에서 가공·생산됐는지 확인한다. 이는 K-푸드를 유사하게 따라하는 위조 제품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인증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출 관계국 대사관, 규제 담당 공무원, 글로벌 유통사, 유관기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을 대상으로 사업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한국형 식품안전관리 인증 제도의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식품대전, 식품박람회 등에 참여해 KFS 부스를 운영하는 등 적극 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푸드의 입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식품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위상은 언제든지 추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내식품의 세계화를 위한 식품안전담보 사업은 이러한 위기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선례로 평가된다. 국내 식품의 세계화를 위해 시범사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법적 제도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美 유통기업과 해외진출 확대 ‘맞손’
해썹인증원은 KFS 인증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인증원은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 유통업체 ‘서울 트레이딩 USA(SEOUL Trading USA)’와 식품안전이 담보된 국내 식품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EOUL Trading USA는 1982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수출입 유통전문기업으로 한국 농식품·공산품 등 1만여개 상품을 미국 현지 ‘H마트’ 매장을 중심으로 북미지역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양 측은 미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 식품안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협력모델을 구축하는데 힘을 합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식품안전이 담보된 K-푸드가 미국 전역의 H마트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K-푸드가 ‘미식의 도시’로 꼽히는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화에 첫 걸음을 뗀 것이다.
KFS 인증을 받은 1호 기업은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한국에서 생산한 미국 수출용 제품인 ‘나소야 김치’ 2종과 ‘서울라면’ 2종에 대해 KFS 인증을 획득했다. 풀무원은 KFS 로고가 부착된 해당 4개 제품을 미국 현지 H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오리온의 ‘꼬북칩’도 KFS 인증을 획득해 미국 현지에 판매될 예정이다.
권태호 SEOUL Trading USA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의 품질과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들을 H마트를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마트의 고객들도 아시아권을 넘어 확대되고 있는 상황으로 대한민국 식품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상배 해썹인증원장은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대한민국 식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라며 “식품안전이 담보된 국내 식품의 미국 입점을 통해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고 식품기업의 수출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