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가 두려워요”... 전기료 폭탄 걱정에 서민 한숨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인천 부평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8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도착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아를 키우느라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었다.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기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한반도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이상기후로 역대급 폭염이 한 달 내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폭염일수는 16일로, 2016년 16.6일에 이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또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 달 내내 이어진 찜통더위로 냉방용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커졌다. 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달 우리나라 363kWh(킬로와트시) 기준 전기요금은 6만361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주택용 평균 사용량은 363kWh로 전년 동월 대비 30kWh(9%) 늘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도 평균 7500원(1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전기요금 인상 폭이 사용량 증가 폭보다 큰 것은 주택용 전기에는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름(7∼8월) 전기요금 체계는 가정용의 경우 ‘300kWh 이하’, ‘300∼450kWh’, ‘450kWh 초과’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을 무겁게 매기고 기본요금도 달리 적용하는 누진제를 적용한다.

 

지난해 8월보다 올해 8월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76%로 파악됐다. 요금이 증가한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000원이었다. 요금 인상 폭으로는 1만원 미만(약 39%)과 1만∼3만원(약 28%) 구간이 많았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씨는 “올해 8월은 너무 더워 지난해보다 에어컨을 훨씬 많이 돌렸다”며 “전기요금 폭탄을 각오는 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이 나올까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많은 가구가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고 있지만 한전은 청구된 전기요금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지난달 평균 사용량(363kWh)을 기준으로 해외 주요국이 실제 납부한 전기요금을 원화로 환산해 비교 분석한 결과, 홍콩(CLP)은 85만1731원, 호주(AuroraEnergy)는 11만7358원으로 우리보다 각각 약 1.3배, 1.8배 더 많이 나왔다.

 

일본(동경전력)과 프랑스(EDF)는 각각 13만5625원과 14만8057원으로 우리의 2배를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미국(SCE)은 15만9166원으로 2.5배, 독일(E.on)은 18만3717원으로 2.8배에 달했다. 이는 여름철 주택용 누진 및 세금 등도 포함해 산출한 수치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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