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위축으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가 지속하는 가운데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 벌이는 한정되고 물가는 올라가면서 절약을 통해 고비를 넘기겠다는 의식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의식주는 물론이고 여가생활에서도 절약이 필수로 자리 잡으며 신(新) 자린고비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3% 올라 2023년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하지만 과일, 채솟값이 높았던 영향으로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전반적인 고물가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실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였지만 2021년 2.5%, 2022년 5.1%로 급격히 오른 이후 2023년(3.6%)에 이어 지난해까지 고물가 흐름이 계속되는 중이다.
사회초년생의 첫걸음도 무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 청년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2003년 72.1%에서 지난해 68.8%로 하락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2003년에는 10명 중 7명(70.4%)이 정규직이었는데, 지난해 이 비중이 56.9%로 떨어졌다. 또 2022년 기준 19∼39세 청년 5명 중 1명 가까이(18.3%)가 1년 새 소득 하락을 경험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대이지만 소득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한 것이다.
내 집 마련과 관련한 어두운 통계 결과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얼마 전 2023년 6∼12월 전국 표본 6만1000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담 조사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중 주택보유의식을 물은 결과,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2년(89.6%)에 비해 2.3%포인트 줄어든 87.3%로 나타났다. 가구주 연령별로 보면 40세 미만이 79.4%로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은 90.5%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에게 자가 보유는 점점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조사 결과다.
결국 자린고비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옛 자린고비들은 의식주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갔다. 하지만 요즘 자린고비는 의식주는 물론이고 여가생활에서도 최대한 아껴 쓰자는 주의다.
자린고비의 표본이 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절약 챌린지에 나서고 있다.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 절약이 생활화된 이들이다.
최저가를 찾기 위한 ‘플랫폼 유목민’도 최신 트렌드다. 생활용품 및 패션, 휴대폰, 비행기 표 등을 구매할 때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이른바 ‘짠테크’ 실천으로 발품을 팔아 최저가를 찾아내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초년생으로 지방에서 올라와 홀로 자취하는 20대 후반 김 모 씨는 “월급은 제자리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스스로 절약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면서 “그래도 요즘은 직장에 처음 취직한 친구들과 짠테크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독려하기도 한다. 하루를 보내며 오늘도 아끼고 절약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