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에서 20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리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차질없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정기검사 결과로 발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인수 작업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금감원은 4일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현재 2등급이다.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을 보면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에서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가 적발되고, 이를 보고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은행 내 내부통제가 미흡하면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브리핑에서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에서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임종룡 회장은 생보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는 20분 간격으로 열렸다. 금감원은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금융당국의 인수 불승인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인수가의 약 10%인 1550억원규모의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지만, 이러한 주요 내용도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를 분리해 신속히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이미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심사에 착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전체 회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의결하게 된다.
이 원장은 "2월 중에라도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통보해야 3월 중 판단할 수 있다"며 "제재 절차와는 별도로 분리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도출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