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매출 40조원 시대를 연 쿠팡의 아성에 네이버가 도전장을 던졌다. 네이버는 별도 쇼핑 앱을 선보이고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기술을 고도화한다. 쿠팡 ‘와우’ 회원처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도 무료 반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이 불을 지펴 이커머스 업계로 확산한 ‘빠른 배송’ 역량도 강화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매출은 2조9320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증가액 기준으로는 검색,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 부문 중 가장 많다.
네이버는 올해 커머스를 비롯한 핵심 비즈니스 영역에 AI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쇼핑 영역에서는 오는 12일 초개인화 AI 커머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별도 출시하며 ‘AI 커머스’ 시대를 연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네이버 앱을 통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개인별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해 상품과 혜택, 프로모션, 쇼핑 관련 콘텐츠까지 추천∙제시해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자사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모든 쇼핑 과정에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멤버십 혜택, 프로모션 정보 등도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 이용자 편의와 판매 효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네이버는 오는 11일까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사전 예약 신청 이벤트를 진행하며 분위기 예열에 나섰다.
별도 앱 출시와 함께 네이버는 6월 2일부터 중개 수수료 정책도 변경한다. 기존의 ‘쇼핑 유입 수수료’를 폐지하고 ‘판매 수수료’를 도입하면서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의 수수료를 세분화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에 대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2.73%, 브랜드스토어 판매자는 3.64%의 수수료를 내게 된다. 다만 판매자가 자체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를 유입한 경우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0.91%, 브랜드스토어 판매자는 1.82%의 수수료를 낸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수수료 인상 효과와 함께 별도 앱 출시로 커머스 시장 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 커머스 앱 출시로 검색에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이용자 동선 및 시간이 단축되고, AI 기반 상품 추천 기능 고도화에 따른 거래액(GMV) 성장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액 성장률 둔화 시점에서 커머스 생태계 활성화 전략과 중개 수수료율 인상, 커머스 광고 성장 도모에 따른 수익성 개선은 긍정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또한 쿠팡의 강점인 ‘로켓 배송’과 ‘무료 반품’에도 맞불을 놓는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해 단골을 확보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이달 중 ‘네이버도착보장’을 ‘네이버배송(N배송)’으로 개편하고 배송 항목을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서는 배송일자가 빠른 순서대로 상품을 정렬해 목적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구매자가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으로 약속한 날짜에 상품을 전달받지 못한다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보상한다. 네이버는 저녁 시간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주문 1시간 내외로 배송해주는 지금배송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1만원 이상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주문 1건당 무료 반품∙교환 혜택도 1회씩 제공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월 구독료는 월 4900원(연간 결제시 3900원)이다.
한편,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으로 전년(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대비 29% 증가했다. 쿠팡은 와우 회원에게 무료 로켓 배송, 쿠팡이츠 무료 배달, 쿠팡플레이 시청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월 구독료는 7900원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