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관리재정수지 다시 100조원 넘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나라살림이 얼마나 건전한가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00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법인세 감소 등으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8일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날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총 수입은 59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조5000억원 증가했고, 총지출은 638조원으로 27조3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7조)보다 17조8000억원 늘었고, 당초 예산안(91조6000억원)보다 13조1000억원 증가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부의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를 빚었던 2022년(117조원) 이후 2년 만에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한 세수 부족의 영향이 컸다. 특히 법인세 수입이 전년에 비해 17조9000억원 줄어들며 세수 적자 규모도 30조8000억원에 달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4.1%로 조사됐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는 재정 준칙 법제화를 추진 중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전 재정을 재정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5.0%)과 2023년(3%)에도 3%를 웃돌았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48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GDP 대비 채무 비율은 46.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줄었다.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까지 합친 국가 부채는 지난해 258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46조3000억원 증가했다.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발행 잔액이 51조2000억원 늘었고 공무원·군인연금의 현재 가치액(연금충당부채)이 82조7000억원 증가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해 이월액(4조5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특별회계 자체 세입으로 처리되는 잉여금(1조6000억원)을 제외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4000억원이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1337억원), 채무상환(936억원) 등에 사용된다. 법정 할당분을 제외하고 추경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2185억원이다. 

 사실상 정부는 건전재정에 미달하는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재정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봉용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세수 부족 30조8000억원이 크게 작용하면서 수입이 주는데 지출은 유지하다 보니 관리재정수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결된 보고서는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오는 다음달 말 국회에 제출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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