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트럼프와의 협상,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팁은?

 허브 코헨은 협상의 황제라 불리는 인물로 미국 대기업은 물론, 미국 CIA, FBI, 법무부가 고객이었으며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과거 미국 대통령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의 저서도 베스트셀러인데 그 중 ‘이것이 협상이다’란 책에는 다음과 같은 협상 비결이 나온다.

 

 “상대의 기습적인 제안에 당황하거나 뚜렷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생각할 여유를 찾자!”와 “만일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게 되면, 당신이 거래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충고가 현재 우리 정부에는 가장 절실한 협상 명제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는데 최근 들어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1기 트럼프 집권 당시 중국에 대한 무차별 관세로 시진핑 등 중국 정부를 당황케 했던 것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반전이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성공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국은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허브 코헨의 협상 비결 명제 중 하나인 상대의 기습적인 제안에도 여유를 갖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와는 달리 허둥대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25%의 상호관세와 펜타닐 유입의 책임을 물은 20%의 징벌적 관세까지 더해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지난 12일부터 125% 고율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23일 현재까지 협상이 진행 중이라거나 뚜렷한 성과물이 나온 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괜찮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하거나 대중국 관세와 관련해서는 “결국엔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물론, 0%는 아니다”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긴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초반 기세가 점점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일단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생필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상품을 수입하는 현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아우성이다. 높은 관세에 물건값을 올리지 않으면 크게 손해를 보는데 소비자들 상대로 가격을 크게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30% 올려야 할 것을 10% 올리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것도 오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수입하던 콩 등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브라질에서 수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대체할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전 세계 가전업체와 자동차 업체들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처음의 위협적인 분위기와 달리 위에서처럼 조심스럽게 발언하고 있는 것만 봐도 현재 양국의 상황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중국은 여유있게 대처하는 중이며 대안도 충분해 보인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절실한 돌파구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일본, 인도, 호주(가나다 순) 등 5개 동맹국인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들 나라들과의 원스톱 쇼핑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 나라와 먼저 협상해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게 주요 목표인 듯하다. 상대적으로 미국에 저자세인 나라들만 골라낸 모양새다. 

 

 다만 영국, 일본, 인도, 호주와 달리 한국은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부재인 상태다. 이런 상황은 상대방에게 협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생각했던 일본마저 협상에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이 때 우리 정부의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 협상 당사자로 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허브 코헨의 위 두 가지 명제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과도한 방위비 증액부터 우리 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각종 규제 철폐에도 여유있게 대처하되 차기 정부가 대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장관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준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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