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날씨가 본격 시작되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냉면 한 그릇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 치아가 시큰한 느낌이 들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이처럼 이가 시린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갈이 원인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가 시린 증상은 치아의 목 부분이 마모되는 치경부 마모증, 나이가 들며 잇몸이 쪼그라들어 뿌리가 드러나는 이상 증세, 충치, 잇몸질환 등이 대표적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 최근 들어 무의식적 치아 사용에 따른 미세 손상이 원인인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를 흔히 이갈이라고 부른다.
이갈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면 중 치아를 꽉 깨물거나 갈아대는 습관을 말한다. 이는 대부분 본인의 뚜렷한 인식 없이 이뤄진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아 마모, 시림, 턱관절 통증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이갈이로 인한 치아 마모는 치아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법랑질을 점차 닳게 만들어 찬 음식이나 음료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이처럼 치아는 단단해 보이지만 일정한 압력 이상이 반복될 경우 금이 가거나 균열이 생긴다. 이 상태에서 차가운 자극이 닿을 경우 속살이 드러난 부분이 직접 반응해 통증을 유발한다.
문제는 이갈이가 습관 문제가 아닌 스트레스, 불안, 수면장애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특히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직군, 책임감이 강한 성향을 가진 성격일수록 수면 중 이갈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갈이를 조기 발견해 개선하는 것이 필수다.
이갈이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마우스피스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마우스피스는 치아 손상을 일부 막고 턱관절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갈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진 못한다. 따라서 수면클리닉을 통한 수면다원검사와 턱 근육의 근전도 검사, 치아 마모도 측정 등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우 숨수면클리닉 원장은 “이가 자주 시리고 아침에 턱이 뻐근하다면 이갈이 초기 증상일 수 있는데 정밀 진단과 맞춤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갈이가 확인된 경우 보톡스 시술이나 교합장치인 스플린트 착용, 이완요법, 약물치료 등 맞춤형 치료가 병행되는데 특히 보톡스는 턱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완화시켜 이갈이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