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인구절벽 해법] 유병재 '사이다 일침' 그 후 10년... 신입 기피·경력직 선호 더 심해졌다

- 대기업 임직원 현황 조사 결과
- 20대 비중 2년만에 25%→21%
- 경기불황 장기화에 경력직 선호
- 청년 이탈 지속땐 韓 경제 위협

기업들의 신입 기피 및 경력직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청년층의 채용문이 좁아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와중에 청년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면 경제 활성화가 어려워지고,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 대학의 채용정보 게시판에 채용공고문이 붙어 있다. 서울 시내 대학의 채용정보 게시판에 채용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10여년 전 코미디쇼 SNL코리아5의 ‘면접전쟁’ 코너에서 나온 대사다. 방송에서 입사 지망생으로 나온 방송인 유병재는 면접장에서 경력자만 뽑는다는 면접관의 말에 이같이 일갈한다. 당시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취업 세태를 풍자한 이 대사는 많은 취업준비생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이 명언(?)이 탄생하고 강산이 한번 변했지만, 기업들의 신입 외면 및 경력직 선호 현상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100대 기업 중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곳을 대상으로 2022~2024년 연령대별 임직원 수 및 비중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대 임직원 비중은 2022년 24.8%에서 2023년 22.7%, 2024년 21.0%로 2년 만에 3.8%포인트 감소했다.

 임직원 수로 보면 29만1235명, 26만4091명, 24만3737명으로 2년 만에 4만7498명 줄었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절반이 넘는 38곳(56.7%)에서 20대 임직원 수가 줄었다. 반면 이 기간 30대 이상 임직원 수는 88만747명, 90만829명, 91만5979명으로 3만5232명 늘었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전면 폐지 또는 축소하거나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짚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현상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공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내용을 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 공고 14만4181건 가운데 신입 채용 사례는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채용 공고도 경력이 82.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한상의가 대졸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53.9%가 취업 진입장벽으로 ‘경력 중심 채용’을 지목했다. 

 

 ‘중고신입’에 치인 취준생들은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62만5000명으로 전년(379만8000명)보다 17만3000명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32개월 연속 감소세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기피하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건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입보다는 성과를 바로 낼 수 있는 경력직을 뽑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기업들의 ‘신입 기피’를 단순한 취업시장의 트렌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력직 중심 채용이 지속하면 기업 내부의 연령 불균형, 세대 단절 등 조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또 저출생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와중에 청년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면 경제 활성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산업 생태계 전반이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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