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상장 23년 만에 1000개 돌파…과열된 보수 경쟁·베끼기 어쩌나

2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각종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수가 23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순자산총액도 지난 1년 새 40% 이상 불어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전쟁과 유사한 상품을 연이어 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ETF는 1002개다. 2002년 국내에 ETF가 처음 상장된 이후 23년 만이다. 이날 하루에만 ▲더제이중소형포커스액티브 ▲KODEX TDF2060액티브 ▲KIWOOM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1Q미국메디컬AI ▲ACE미국10년국채액티브 ▲ACE미국10년국채액티브(H) ▲PLUS미국로보택시 등 7개 ETF가 새로 상장되면서 사상 처음 1000개를 넘겼다. 총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221조4788억원을 기록했다. 

 

 ETF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2023년 11월 21일 800개, 같은 해 10월 15일 900개를 각각 넘어선 뒤 9개월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7월 말 873개에서 올해 7월 1002개로 약 15% 늘었다. 국내 ETF의 순자산총액은 1년 전 156조7850억원에서 221조8870억원으로 42%나 불어났다. 

 

현재 국내 ETF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는 총 28곳으로 2002년(2곳) 대비 13배 이상 증가해 순위권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순자산 별로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이 85조51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4조1505억원으로, 합쳐서 전체 시장의 72%를 차지하는 양강 체제다. 이어 KB자산운용(17조4343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16조9638억원), 신한자산운용(8조5532억원) 순이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소액으로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투자 종목이 모두 공개되는 등 투명성이 높다는 특성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방산, 조선, 원자력 등 인기 테마를 반영한 ETF와 밸류체인별로 종목을 묶은 ETF 등 투자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다만 ETF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보수 인하 경쟁과 유사 상품 난립 등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비슷한 ETF 상품이 난립하면서 투자자의 선택도 어려워졌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관련 ETF는 36개, 2차전지 관련 ETF는 17개, 금 관련 ETF는 10개에 달한다. ETF는 1002개지만 기초지수기초지수는 743개뿐이다. 그만큼 중복되는 기초지수가 많다.

 

또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짧은 기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집중 투자 ETF를 쏟아내다 보니 상품 안정성은 떨어지고 변동성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1일 기준 거래소가 분류한 변동성 등급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우 높음’을 부여받은 ETF는 총 415개로 전체의 41.71%에 해당한다. 상품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전날 기준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는 ETF 수는 55개다. 특정 기간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된다.

 

무분별한 보수 경쟁 역시 문제다. 한 운용사가 상품을 내놓으면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출시한 뒤 경쟁사보다 보수만 낮추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초 ‘ETF 시장의 상품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첨예한 경쟁으로 인해 무리한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결과 자산운용사들의 경영건 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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