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증권가가 24시간 주식거래를 일상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영국과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도 거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일간 거래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고, 나스닥도 내년 하반기부터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24시간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24시간 거래든, 거래시간 연장이 되든 간에 확실히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상업·정책·규제적 측면에서 주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럽 지사의 현물주식 부문 책임자 앨릭스 달리가 CNBC 방송에 출연해 거래시간 연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SIX 그룹도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상품 등을 중심으로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며, 신흥국 주요 거래소들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하고 있다. 23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JSE)도 24시간으로 거래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만 라흐만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사장이 주식시장 운영을 기존 2세션 체계에서 3세션 체계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올해 초 대체거래소(ATS) 출범과 한국거래소의 금융 파생상품시장 야간거래 개시 등으로 사실상 12시간으로 거래시간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처럼 24시간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5시∼익일 오전 9시)까지 운영되는 뉴욕 증시가 24시간 체제로 재편될 경우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의 낮 시간대 미국 주식 거래가 특히나 용이해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각자도생으로 흐르는 가운데 주요국 증시 간에 승자독식의 자본 흡수 경쟁이 펼쳐질 것이고 24시간 거래체제는 이를 위한 포석일 뿐이란 견해도 제기된다. 특히 아시아권 거래소 입장에선 미국으로의 증시자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여지가 크다. 한국의 경우 ‘탈(脫) 국장’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오전 8시∼오후 8시까지 확대 추진 중
현재 한국거래소는 정규장 앞뒤로 프리·애프터마켓을 신설해 거래시안을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8시~오후 8시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개장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면서 한국거래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8조617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일평균 거래액 19조원의 약 45% 수준이며, 전체 시장 점유율로도 30%가 넘는다. 거래량은 2억4338만주로 한국거래소의 17% 수준이다.
다만 근로 시간 증가로 한국거래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 “ATS에 점유율 넘겨주고 거래소는 한국의 대표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했다”, “협의없는 독단적 거래 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운명하셨다”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달기도 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