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태국 야시장을 구경하다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다. 즉시 카드사에 연락해 거래정지를 요청하고 분실신고 했지만, 절도범들은 A씨의 신용카드로 고가의 명품을 구매했다. B씨는 영국 여행 중 사설 ATM기을 사용했다. 알고보니 카드 복제기가 설치돼 있었고, 범인들은 B씨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선을 복제해 쇼핑을 즐겼다. 최근 동남아에 다녀온 A씨는 현지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결제하며 가맹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원화 결제를 선택했지만, 나중에 청구서를 보니 5만원이 넘는 수수료가 추가돼 있었다.
여름철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용카드 도난과 위·변조로 인한 부정 사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카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출국 전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와 ‘원화결제 차단서비스’ 신청을 권고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부정 사용 피해액은 총 31억5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도난·분실에 의한 피해가 27억9000만원, 카드 위·변조로 인한 피해는 3억6000만원에 달했다. 피해 건당 평균금액은 131만8000원으로, 국내(22만7000원)보다 약 6배나 많았다.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는 출국 전에 카드 사용 국가와 1회 결제 한도, 사용 기간 등을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는 기능으로, 부정 사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해당 설정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신청 가능하며, 사용자는 여행 일정과 예산을 고려해 신용카드의 사용 한도를 여행 경비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 원화결제 서비스는 현지통화가 아닌 원화로 결제할 경우 3~8%의 수수료가 추가 청구돼 더 많은 금액이 결제된다. 이를 차단하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금감원은 “사전에 사용국가와 결제 한도 등을 설정해두면 부정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드 뒷면 미서명, 여권과 카드상의 영문 이름 불일치 등 사소한 부주의도 현지에서 결제 거절 사유가 될 수 있어 출국 전 점검이 필요하다. 유럽 일부 국가는 서명 대신 비밀번호 입력을 요구하기도 해 해외결제용 비밀번호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해외 체류 중 카드를 분실한 경우 즉시 카드사에 사용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분실 신고가 접수된 시점으로부터 60일 전까지의 피해는 원칙적으로 카드사가 보상한다. 다만, 고객 과실로 비밀번호가 유출되었거나 가족 등 타인에게 카드를 대여한 경우에는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분실 신고는 카드사 앱 또는 어카운트인포 앱을 통해 일괄 접수할 수 있으며, 현지 경찰의 사건사고사실확인서를 귀국 후 카드사에 제출하면 보상 심사에 도움이 된다. 해외에서 즉시 카드가 필요한 경우 VISA·JCB 등 국제브랜드를 통해 1~3일 내 긴급대체카드 발급도 가능하다. 다만 귀국 후에는 반드시 기존 카드로 재발급해야 한다.
현지에서 ATM 사용 시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노점, 주점, 한적한 ATM기 등은 카드 복제 장치 설치 우려가 높고 기차역·주유소 등 공공장소에서의 결제 역시 비밀번호 유출에 유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결제 시 키패드를 손으로 가리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카드정보(카드번호, 유효기간, CVC번호, 비밀번호)는 별도 메모 없이 철저히 관리하고 결제나 취소 시 매출전표 등 증빙서류를 반드시 보관해야 추후 분쟁 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뒤 귀국했더라도 카드가 복제됐을 경우 지연 부정사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감원은 귀국 즉시 카드사에 출입국정보 활용 동의 서비스를 신청해야한다. 법무부 출입국 정보와 연계해 카드 소지자가 국내 체류 중일 때 해외 오프라인 결제를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으로, 카드사별 1회 신청만으로 무료 이용 가능하다.
금감원은 “출국 전 원화결제 차단, 안심설정, 실시간 알림은 기본이고, 해외 체류 중에는 현지 ATM기 사용을 피하고 카드정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귀국 후에는 반드시 보상 신청과 정보 활용 동의로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