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인석 레페리 의장 “크리에이터 셀렉션, 뷰티계 미쉐린처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더한 뷰티테일 기업으로 진화
4차례 진행한 셀렉트스토어, 업계 새 기준 제시
‘뷰티계 MAMA’ KYEA 내년 초 규모 키워 개최 예정

최인석 레페리 의장. 레페리 제공

유튜브부터 틱톡, 인스타그램까지 소셜미디어(SNS)를 종횡무진하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들을 일컬어 크리에이터(Creator)라 한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이들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소개한 제품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크리에이터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한 제품도 시장에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레페리는 2013년 설립돼 현재 800여명에 달하는 국내·외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중심으로 10년 넘게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를 발판삼아 이제는 뷰티테일(Beauty+Retail)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레페리 소속 크리에이터가 엄선한 제품을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셀렉트스토어’와 빅데이터 기반 뷰티 어워즈 ‘KYEA(Korea YouTuber’s Excellence Awards)’가 대표적이다.

 

레페리를 설립한 최인석 의장은 “셀렉트스토어의 셀렉션을 미쉐린 가이드처럼 축적하고 있다”며 K-뷰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더해 업계 패러다임 전환

 

레페리가 지향하는 뷰티테일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더해 전통적인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있다. 최 의장은 “뷰티 산업은 굉장히 화려하지만 사실은 몇 백 년 동안 똑같은 패턴이 이어져왔다”며 “화장품은 디자인이나 콘셉트만 변화했고, 뷰티 매장도 매대 디자인만 변화했다”고 짚었다. ‘꼭 이 패턴을 유지해야 할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 동기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은 화장품 제조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크리에이터의 시각으로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성분과 새로운 콘셉트도 많이 생겼다”며 “레페리는 앞으로 뷰티 매장의 형태가 바뀔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직접 하나씩 바꿔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4회차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셀렉트스토어가 자신감의 원천이다. 셀렉트스토어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실제 사용 경험과 철학에 따라 장기간 품평을 거쳐 브랜드와 제품을 엄선해 깊이 있는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오프라인 행사다. 레페리 소속 인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의 전문성과 감각이 돋보인 ‘레오제이 셀렉트스토어 in 성수’를 시작으로 ▲민스코 셀렉트스토어 in 여의도 더현대 서울 ▲셀렉트스토어 - THE BEAUTY UNIVERSE ▲셀렉트스토어 - THE KYEA SELECTION까지 총 4차례 열렸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스타필드 수원에서 진행된 셀렉트스토어 - THE KYEA SELECTION 현장. 이화연 기자

특히 최근 열린 4회차 셀렉트스토어는 레페리 연구원들이 뷰티 크리에이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하는 뷰티 어워즈 KYEA 지식재산권(IP)을 더해 13개 브랜드, 총 21개 제품 셀렉션을 선보이며 공신력과 객관성을 극대화했다.

 

최 의장은 지난해 레오제이 셀렉트스토어를 처음 기획할 당시만해도 각 브랜드에 보낼 입점 제안서부터 매장 구현까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레오제이의 팬덤과 일반 소비자는 물론 참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2000개 브랜드의 제품이 각 매대마다 가득 진열된 올리브영과 달리, 엄선한 셀렉션을 감도 있게 소개한 점에서 셀렉트스토어는 뷰티 브랜드와 해외 바이어들의 호응을 얻었다. 최 의장은 “단순히 크리에이터를 앞세운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정규 매장 퀄리티로 구현한 것이 적중했다”고 전했다.

 

최 의장은 “셀렉트스토어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각 브랜드에서 인증서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미쉐린 가이드’처럼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어로도 셀렉션 선정 이유 등을 번역해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그는 셀렉트스토어를 콘서트에 비유하며 “가수들이 베스트 수록곡을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셀렉트스토어는 지금까지 소개한 화장품 중 베스트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크리에이터 3인의 셀렉션으로 진행한 5월 성수동 행사 때는 5만명이 방문했는데, 이는 고척돔을 채우는 규모”라며 웃어 보였다.

 

◆크리에이터 IP 넘어 ‘뷰티계 MAMA’ KYEA까지

 

최 의장은 KYEA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K-뷰티는 수출 지향적인 산업이고, 레페리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 IP 외에 새로운 IP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페리 소속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모든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추천한 제품을 레페리 연구소에서 정리해 나열한다. 그 중 자발적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각 카테고리별 제품에 상을 주는 시상식이 바로 ‘뷰티계 MAMA 어워드’로 불리는 KYEA다.

 

최 의장은 “코로나19 시기까지는 원격으로 시상하다가, 2023년부터는 연말 오프라인 시상식을 시작했다”며 “11~12월 개최되는 행사다 보니 한 해 동안의 데이터를 모두 반영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 KYEA는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데이터를 정리해 내년 초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는 규모를 대폭 확대해 각 카테고리별 후보로 오른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시상식에 초청하는 등 K팝 어워즈와 같은 권위로 개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가 스타필드 수원에서 열린 셀렉트스토어의 일환으로 프라이빗 스테이지 무대에 올라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화연 기자

◆영업이익으로 재투자 선순환…IPO도 추진 중

 

현재 레페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흑자를 신규 포트폴리오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연구개발(R&D)인 셈이다.

 

실제로 레페리는 셀렉트스토어 행사 현장의 인테리어에도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열린 셀렉트스토어에도 차별화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방문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무선 배터리를 만들어서 바닥의 조명 선을 없애고, 스마트 조명을 적용해 조도를 적절하게 맞춰준다. 최 의장은 “매장의 핵심은 거울의 조명인데, 화장품 발색을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명을 적용한 경우가 있다고 레오제이가 인사이트를 준 부분이 있어서 이를 반영했다”고 귀띔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열정은 2년전 인수한 자회사 알렉스 디자인을 통해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셀렉트스토어도 알렉스 디자인의 작품이다.

 

최 의장은 “제품이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매대 전체를 갈아 끼워야 하는데,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고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매대를 선보일 수 없을지 연구하기 위해 알렉스 디자인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페리가 그런 것도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티르티르 팝업스토어, 어뮤즈 플래그십 스토어 등 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기업공개(IPO) 시점도 화제거리다.

 

최 의장은 “자체적인 자금력도 충분하지만 K-뷰티가 100억 달러 넘는 수출을 기록한 지금, 우리가 글로벌을 향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레페리가 가진 노하우와 시스템을 해외에서 선보이기 위해 자금을 공모하는 방법론으로 IPO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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