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다시 강화한다. 윤석열 정부 당시 50억원까지 완화됐던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하향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한 증권거래세율 인하를 되돌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코스피에는 실질적으로 0% 세율(농어촌특별세 0.15%)이 적용되고, 코스닥 등은 0.15% 수준이지만, 이를 0.17~0.18%로 복원할 계획이다. 금투세 폐지 이후 발생한 세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거래세를 일부 복원하는 것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작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대통령이 약속한 증시부양 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최근 다시 불타오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지수의 방향성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투자자가 종목당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 차익에 따라 구간별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사실상 한 종목의 주식을 50억원어치 이상 가진 투자자가 드물어 일반 투자자가 양도소득세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면 이전보다 세금 부과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2017년 이후 꾸준히 낮춰왔는데 이번에 다시 종전 수준으로의 복귀가 예상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에 대한 거래세는 각각 0.15%다. 코스피 종목은 거래세 없이 농어촌특별세 0.15%만, 코스닥 종목에 대해선 거래세 0.15%만 부과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0.18%로 상향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며 최대 0.2%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당근책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준비했다. 배당소득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 그간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배당과 이자를 합한 금융소득에 대해 연 2000만원까지 14.0%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있다.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여기서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낮은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에는 14.0%, 2000만원~3억원 구간에는 20%, 3억원 초과분에는 25%를 각각 부과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법안을 준용하되 세율과 과세요건의 수위를 상당폭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는 이러한 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의 상승 탄력을 줄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지난해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으로 억눌렸던 국내 증시가 실적 개선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 조정을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정책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속도와 강조에 대한 실망감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세제 개편안이 대세적인 상승흐름의 발목을 잡을 요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방향성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략사업부 전무는 “중장기적인 증시 방향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전히 국내 증시는 해외 증시 대비 저평가돼 있고 상법 개정안이 호재로 작용하며 우상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법 개편 핵심은 세수 확대이지만 자산시장 관점에서는 증시 부양”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거시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가계 자산의 재분배는 경제 역동성을 높인다”며 “특히 가계의 현금 흐름이 빨라지는데 주식의 경우 매도도 수월하고 배당을 통해 주기적으로 가계로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산 시장에 대기 자금을 형성하는 마중물”이라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