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이재명 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성장을 위한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제를 전면에 내세워 기술주도 성장을 노리고, 조세 제도를 고쳐 구멍 난 나라 곳간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개편으로 전년도 대비 총 8조1672억원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담은 서민·중산층을 제외한 대기업(4조1675억원), 중소기업(1조5935억원), 고소득자(684억원), 기타(2조4400억원)에게 더 부과될 전망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세제개편안은 경제 강국 도약과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약화한 세입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세제 개편으로 “(누적법으로는) 5년간 35조원 정도의 세입 기반을 확충했다"며 "세입기반 정상화로 마련된 재원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지원해 성과 중심의 재정 운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민, 중산층, 소상공인의 성장과 생활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을 위해 월 20만원인 6세 이하 자녀의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자녀 1인당 월 20만원으로 올리고, 육아휴직수당 등 비과세 대상과 한도도 확대돼, 사립학교 교직원도 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현행 150만원에서 일반 근로자 수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주거비 부담도 완화된다. 부부가 근무 목적 등으로 주거가 다를 경우 월세 세액공제를 부부합산 연 1000만원까지 허용되며, 3자녀 이상의 경우 적용대상을 지역구분 없이 100㎡ 이하의 주택 규모로 상향될 예정이다. 행복기숙사 기숙사비 등 부가가치세 면제 적용기간도 체결기한을 3년으로 연장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 적용도 3년으로 늘린다.
중장년층의 연금소득 원천징수세율을 4→3% 인하하고, 비과세 종합저축 과세특례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한다. 취약계층 집중 지원을 위해 65세 이상 가입대상을 기초연금 수급자로 조정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우선 지역사랑상품권 지출금액을 전통시장 기업업무추진비 추가 한도 대상에 포함하고, 추가 한도를 10%에서 20%로 상향한다. 경영악화로 노란우산공제 해지 시에는 수입금액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0% 이상 감소에서 20% 이상 감소로 요건이 완화됐다.
또한 생계형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적용 대상 수익금액 기준을 연간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게는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해준다.
금융·보험업의 수익금에 0.5%의 교육세도 부과한다. '수익금 1조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해당 구간에 1.0%의 교육세 세율을 적용한다. 수익금 1조원 이하 구간에는 종전과 동일하게 0.5% 세율이 유지된다. 최근 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한 금융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율 1%를 적용받는 기업은 초대형 금융·보험회사 약 60개사로 한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금융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과세표준 항목에서 제외한다. 서민금융 세금 부담을 줄여 이자율 인하 여력을 확보해 저소득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입다.
기업과세제도도 합리화한다. 고용 창출을 늘리기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기업규모와 소재지 등에 따라 연 400만~1550만원까지 가능해진다. 공제구조의 경우 고용 감소 시 추징 방식에서 고용 유지시 2~3년차에 더 높은 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하고, 중견·대기업은 최소 고용 증가 인원수(중견 5명, 대기업 10명) 충족 시 공제를 적용한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시 세제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해외사업자 축소완료 이전(국내사업장 신·증설 후 4년 이내에 해외사업장 축소 완료하는 경우)에 국내로 부분복귀하는 유턴기업에 대해서도 법인세·소득세·관세를 감면키로 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벤처모펀드를 통한 출자 시 출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3→5%로 상향하고, 세액공제 적용기한을 2028년 말까지 3년 연장키로 했다. 벤처투자조합, 코스닥벤처펀드, 벤처기업 등에 대한 출자·투자 소득공제 적용기한은 3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