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6일부터 보험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때 정품인 ‘순정부품’(OEM)이 아니라 품질이 인증된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수리비 인증에 포함되는 약관 개정이 시행된다. 하지만 자동차 수리 시 소비자가 대체부품보다 비싼 정품을 사용했다면 추가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 개정안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자동차 수리 시 가능한 신부품의 범위에 품질인증부품을 포함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차량 수리 시 적용되는 부품 기준을 기존 순정부품 외에도 품질인증을 받은 대체부품도 보험 보상 기준에 포함하는 것이다. 대체부품은 정품 대비 평균 35~40% 저렴하다.
정품과 대체부품이 동일시 되는 것으로, 대체부품은 국토교통부 산하 인증 기관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에서 성능시험, 품질검사를 거쳐 정품 대비 70~90% 수준 이상의 성능이 나와야 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보험업계는 순정부품 중심의 고비용 수리구조를 개선하고 자동차 손해율을 안정화해 보험료 인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전체 가입자 집단의 손해율을 기반으로 요율(보험료)을 산정하는데, 대체부품 사용으로 사고 시 보험사가 지급하는 금액이 줄면 전체 보험 손해율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크다. 지난 29일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자동차 표준약관 개정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산업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 비상식적 관행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기존에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품질인증부품을 선택하면 OEM 부품과의 차액을 돌려받는 페이백 제도가 운영돼 왔지만 개정안은 가장 저렴한 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토록 해 소비자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이번 제도 개편이 중소 부품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제 국내 OES 부품시장은 대기업 계열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KAPA 인증 부품 상당수도 이들 기업이 생산·유통하고 있어 실질적인 수혜는 대기업 중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제3자 인증기관 도입을 제안했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 권익 침해, 부품 품질 저하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부품이 중국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APA는 “품질인증부품 중 국산차 부품은 OEM 제품 생산 경험이 풍부한 국내 기업에서 전량 생산, 수입차 부품은 미국 CAPA나 유엔 유럽 경제 위원회의 E-마크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체부품이 저품질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품질인증부품 자체가 동일품질이라는 전제라는 것으로 중국산은 1%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부품인증제도는 2015년부터 시행됐지만 사용률은 저조한 상태다. 국내는 OEM 부품 위주로 공급돼 자동차보험에서 품질인증부품 또는 재제조·중고부품(Non-OEM 부품)으로 지급된 부품비는 전체 부품비의 약 0.5% 수준으로 낮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약 30% 수준이다.
차량 정비업계에서는 현장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전산시스템, 부품 코드 입력을 위한 작업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고 품질인증부품 재고와 공급망도 확보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