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에도 보조금 전쟁 없었다…번호이동 시장 잠잠

일평균 번호이동 1만5000여건 그쳐
고가 요금제 부담∙통신사업 구조 변화에 탐색전 지속
3분기 아이폰 17 출시가 촉매제 될 수도

단통법 폐지 초반 이동통신 3사의 탐색전이 이어지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11년 만에 전면 폐지됐지만 유통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눈치 싸움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의 번호이동을 부추길 만한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3분기 중 출시 예정인 아이폰 17이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번호이동 건수는 총 15만2411건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약 1만5000건 수준이다. 이는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전인 4월 초중순(일일 7000∼1만건)과 비교하면 최대 2배가량 높지만, 해킹 여파로 하루에 3만명이 움직였던 4∼5월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변화는 아니다. 이는 SK텔레콤이 가입 해지 위약금을 면제한 지난달 5~14일의 일별 번호이동 건수보다도 적다. 당시 최소 2만2657명에서 최대 6만1166명이 이동했다.

 

 단통법 폐지로 추가보조금 상한이 사라졌지만 이동통신 3사가 탐색전에 돌입하면서 예상했던 수준의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니터링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최근 유통망은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 구매 시 월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약 6개월 유지할 경우 60만∼80만원 수준의 추가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불법 보조금이 양지로 올라온 것뿐 전체적인 지원금 규모는 단통법 시행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성지 판매점에서 자체 정책으로 공격적인 지원을 펼치기도 하지만, 이는 시장 전체의 흐름으로 보긴 어렵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7·플립7이 역대 폴더블 시리즈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썼지만, 가입자들을 대거 유인하기엔 가격대가 너무 높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를 크게 자극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 시장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된 2014년만 해도 이통 3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주 유통망이었지만, 최근엔 자급제폰을 구매해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는 조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자급제 단말기 이용률은 32.6%로, 단말기 3대 중 1대는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등에서 직접 구입된 것이다. 알뜰폰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 회선 중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2월 6.85%에서 올해 5월 17.47%로 늘어 LG유플러스(19.45%)와의 격차가 약 2%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동통신 3사가 예전과 달리 인공지능(AI), 기업간거래(B2B) 등 신성장 사업에 매진하면서 통신 가입자 유치에 과도한 마케팅비를 투입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3분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17 시리즈가 다음달 출시되고,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도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은 플래그십 단말기 중에서도 교체 수요가 가장 높은 제품군으로 이동통신 3사가 실적 만회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전략적 보조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