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당국 우려에 렌딩 서비스 축소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시황판에서 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대여(렌딩)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국내 1·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해당 서비스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달 4일 보유 자산이나 원화를 담보로 코인을 빌려주는 렌딩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원화나 보유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더 많은 가상자산을 빌릴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업비트는 테더, 비트코인, 리플을 대상으로 담보금의 20~80%를 대여해주는 구조였으며, 빗썸은 원화 또는 보유 자산을 담보로 최대 4배까지 코인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들은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빌려 먼저 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이는 사실상 공매도 전략을 시도 할 수 있게 된다. 즉 상승장에서는 대여한 가상자산을 높은 가격에 팔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하락장에서는 가상자산 대여 직후 매도했다가 추후 가격이 내려가면 매도했을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갚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위험 요소도 있다.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해 담보 가치의 일정 비율에 도달하면 대여 자산이 강제 청산된다. 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이용자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이런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렌딩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사용자가 담보로 맡긴 가상자산을 통해 유동성을 유지하고, 서비스 수수료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서비스 축소에 들어갔다. 업비트는 대여 가상자산 항목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던 테더(USDT)를 제외했고, 빗썸은 대여 수량 소진을 이유로 신규 이용자를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거래소들은 렌딩 서비스를 아예 종료하기보다는 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축소 범위에서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임원들을 소집해 렌딩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비한 이용자 보호 장치, 과도한 자금 대여, 가상자산 시세가 급격히 변동할 경우 막대한 손실 발생 우려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 시 주식 시장 수준의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또한 법안 마련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해 업계에 자율규제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31일에는 렌딩 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TF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나오기 전 해외 주요국 규제 현황이나 주식 시장 규율 방식, 국내 가상자산시장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비스 이용자 범위, 대여 가능 가상자산 범위, 이용자 교육 및 위험 고지, 대여 현황 공시 방안,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내부통제 기준 등도 마련한다. TF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가상자산거래소로 구성되며 이르면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운영 경과 등을 바탕으로 법제화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