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더 반가웠다. 캠리는 4년여만이었다.
그 때도 인상적이었던 차는 여전히 젊은 감각과 빼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차로 마음을 흔들었다. 시승차는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캠리는 높은 수준의 품질과 내구성, 실용성 등을 바탕으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중형 승용차다. 이번에 타본 차는 2025년형 캠리였다. 4년 전과 비교해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참 안정적이라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시승은 폭염 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시기였다. 외부 촬영하는 데 정말 힘들었다. 물론, 운전 시에도 폭우가 내리면 확실히 어렵다. 그래도 이 차는 뭔가 믿음을 줬다.
최근 극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도심을 가로질러 도시 외곽 지역을 다녀오는데 왕복 120㎞를 주행해봤다. 처음 차를 받아보고 외관이 모던하면서도 역동적이라 인상이 좋았다. 토요타의 최신 디자인 콘셉트 ‘에너제틱 뷰티’(ENERGETIC BEAUTY)를 반영했다는데 나름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전면의 해머 헤드(Hammer Head) 디자인 형상과 U자 형태의 헤드램프가 날렵함과 진중함을 더해준다. 전면 하단부에 대형 그릴을 배치하고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전면 좌우 사이드 에어벤트를 적용한 점도 차를 타고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젊어 보이게 해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아래 바퀴를 보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2025년형 캠리에는 차량의 역동성과 주행 성능을 끌어올려주는 18인치 휠이 적용됐다. 후면도 전면과 동일한 U자 형태의 리어램프를 달아 통일감을 줬다.
차를 타보니 아늑하다. 토요타답게 내부는 꼼꼼한 마감과 함께 천연 가죽 시트 등 세련된 고급감을 연출해준다. 타고 몰아보면 실내 디자인이 운전자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비가 내리면 운전자는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강한 돌풍에 내리는 비의 양도 상당하다면 시야 확보부터 어렵다. 옆으로 지나가는 차가 튀기는 빗물이 커다란 파도처럼 덮칠 때나 물이 한가득 고여 있는 도로 구간을 통과할 때 바퀴가 뜨는 듯 핸들마저 조작이 잘 안될 때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캠리는 아늑하게 파묻힌 듯하면서도 운전 조절이 잘 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낮은 엔진후드와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을 통해 운전 시야를 확보하고 개방감을 선사하는 디자인 덕분인 듯하다.

운전석도 뭐가 안정적인 운전 자세를 잡아주는 기분이었다. 시트 내부 스프링의 위치를 조정해서 허리와 근육에 부담이 적은 골반 각도를 실현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안정적인 착좌감이 뛰어났다.
핸들링도 안정감을 줬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옆에서 운전 선배가 직접 핸들을 함께 잡아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저중심, 최적의 중량배분, 경량화, 고강성 등을 기반으로 뛰어난 주행 안정성과 민첩한 핸들링을 확보했다는데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설명인 듯했다.
고속화 도로에서는 물론, 안전운전을 위해 20% 이상 감속하긴 했지만 확실히 외부의 빗소리나 빗길을 달리는 특유의 차량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음도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조금 속도를 내야 하는 구간에서도 가속페달을 밟고나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는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2.5ℓ 다이나믹 포스 엔진은 가변 밸브 타이밍, D-4S(직∙간접 선별 분사 시스템) 등 기술이 적용됐으며 최고출력이 186마력에 달한다. 여기에 모터출력도 강화되어 97.7㎾(132마력)를 구현, 총 출력 227마력을 발휘한다. 전기모터와 엔진을 오갈 때고 거의 그 전환의 순간을 느끼기 어려웠다. 복합연비 기준 17.1㎞/ℓ라는데 필자는 밀리는 도심 구간도 많이 주행해서 그런지 15㎞/ℓ 정도 나왔다. 이 정도도 훌륭한 수준이긴 하다.
그럼에도 폭우가 내릴 때 지방국도에서 몇 차례 빗물로 인해 차가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순간 긴장해야 할 구간이 종종 나타났다. 물이 꽤 차있는 도로를 지날 때 순간적으로 자동차 바퀴가 도로 표면에서 떨어지는 수막현상 때문이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브레이크 성능이다. 물론, 이럴 때일수록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게 최선이다. 대부분 놀라서 수막현상이 발생하거나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방향을 잃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속도를 줄인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거나 아예 발을 떼고 운전하는 게 더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놀라면 누구나 브레이크를 밟는 법이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살짝 밟긴 했는데 의외로 수막현상 시에도 안정적이었다.



2025년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액티브 하이드롤릭 부스터-G(AHB-G) 브레이크는 제동 시 안정성, 조종성, 제동감각 등 뛰어난 압력 제어 능력을 제공한다고 한다. AHB-G는 충분한 제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고성능 펌프모터도 적용했을 정도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도 오랜만에 다시 경험하니 반가웠다. 여러 기능 중 대표적인 게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이다. 차 앞에 있는 장애물과 충돌할 것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차가 멈추게 하는 기능이다. 차가 밀리는 구간에서 잠시 소지품을 꺼내려다 차가 긴급제동이 걸렸다. 앞차가 갑자기 멈췄기 때문이었다. 물론, 앞차와의 거리가 상당해서 사고 위험이 컸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여러모로 캠리는 여전히 뛰어난 승용차였다.
글, 사진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