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사라진 대기업”…20대보다 50대가 더 많아

최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시민들이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인력 구조에서 세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 인구 고령화보단 기업의 채용 전략과 인사 시스템의 경직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기업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124곳의 직원 연령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30세 미만 비중을 앞질렀다. 50세 이상은 2022년 19.5%에서 2023년 20.1%로 증가한 반면 30세 미만은 같은 기간 21.0%에서 19.8%로 줄었다. 해당 조사는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치를 인력 고령화의 불가피한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년층 채용 감소가 단순히 출산율 하락 등의 외부 요인 때문만은 아니며, 구조적 인사 적체와 정규직 중심의 고용 안정성, 수직적 조직문화가 장년층 중심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 업종별로는 철강(50세 이상 비중 35.9%), 유통(31.2%), 식음료(29.4%), 운송(27.3%), 자동차·부품(26.6%) 등에서 장년층 편중이 두드러졌다. 최근 채용 확대 흐름이 있던 2차전지, IT·전자, 제약, 은행 업종조차도 청년 인력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신산업조차도 인력 구조 갱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별로 보면 SK하이닉스의 양극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최근 2년간 30세 미만 인력 비중이 무려 15% 포인트 줄어든 반면 50세 이상은 8.2% 포인트 증가해 총 23.2%p 격차가 벌어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신입 채용 축소와 고용 경직성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혁신 역량 약화, 세대간 기술 및 문화 단절, 내부 갈등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ESG, 인공지능 도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젊은 인재의 유입이 줄어든 조직은 도태될 위험이 커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단순한 수치 해석보다 기업 인력 순환 구조의 문제와 중장기적 채용 전략 부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고령화 대응은 인건비 억제나 명예퇴직이 아니라 청년층 채용 확대와 유연한 직무 이동 및 재교육 시스템 구축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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