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0%대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성장률도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 다만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은행이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GDP가 각각 0.9%,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건설업 불황 등 영향으로 올해 1월 정부가 내놓은 수치(1.8%)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심한 불황에 속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 수준이다.
과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이듬해에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률이 큰 폭 반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성장률은 2020년 0.7% 하락했다가 다음 해 4.6%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엔 0.8%로 급락했지만 곧이어 7.0% 급등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4.9% 하락했다가 1년 만에 11.6% 뛰었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실질 GDP 성장률은 내년까지 2년 연속 2% 아래를 기록한다.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3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과 8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0.8%, 1.6%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한국의 올해·내년 성장률을 각각 0.8%, 1.8%로 예상했다. 정부와 중앙은행, 국내외기관도 2년 연속 2% 미달 저성장 전망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고 있다.
한은이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높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1%대 아래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수가 회복되며 경기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크게 상향 조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1%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4분기 평균 0.9%의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0%대 저성장의 기저효과에도 내년 성장률 반등세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수출 부진이 꼽힌다.
민 연구원은 “추경 효과로 민간소비가 개선됐지만 설비·건설 투자 부진, 수출 둔화 등에 하반기 성장률 평균은 0.9%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1%를 하회하는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1.7%)와 건설투자(2.7%)가 회복하지만 수출은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관세와 상호관세 영향 때문이다.
문제는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이 반영되면 내년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반도체 품목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며 밝혔다. 나아가 미 정부가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