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 저하증·항진증, 산모와 태아에 악영향… 임신 전부터 관리해야

난임의 원인이라고 하면 흔히 생식기관의 구조적 문제나 호르몬 불균형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갑상선 질환’ 역시 난임과 유산, 조산 등 주요 산과적 합병증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임기 여성에게 갑상선 기능 이상은 임신 자체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임신이 되더라도 태아와 산모 모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산전부터 갑상선 건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갑상선은 목 앞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다. 신진대사 조절, 체온 유지,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생리작용을 조절한다.

 

특히 갑상선 호르몬(T3, T4)은 임신 초기 태아의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아의 갑상선은 임신 12~13주까지 완전히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모체로부터 갑상선 호르몬을 전적으로 공급받는다. 따라서 산모의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태아의 뇌 발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갑상선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다른 하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한 상태다. 만성 피로, 체중 증가, 무월경, 생리불순 등이 주요 증상이며, 여성의 경우 배란 장애를 유발해 임신이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임신 중 기능저하증이 악화되면 유산, 조산, 저체중아의 출산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반대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상태다. 대표적인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이다. 가슴 두근거림, 체중 감소, 불면, 생리불순 등 증상이 나타나며, 조절되지 않을 경우 임신 자체가 어렵고, 임신 중에도 태아의 발달 지연, 조산, 사산 등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항진증이 있는 경우 철저한 약물 치료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관리한 뒤 임신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갑상선 질환의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피로, 체중 변화 등 일상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무심코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건강을 과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갑상선 질환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중에서도 20~30대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젊은 여성, 특히 임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 기능은 임신 중에도 변화할 수 있다. 임신 호르몬인 HCG가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와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는 TSH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임신성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병적 항진증이 아니므로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된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감별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항갑상선제 투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요오드 섭취도 중요한 관리 요소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의 필수 원소다. 부족하면 기능저하증이 악화되고, 과잉 섭취는 기능항진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요오드 섭취가 많은 지역이지만, 산후 과도한 미역국 섭취로 인한 요오드 과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요오드 섭취가 중요하다.

 

송영기 땡큐서울의원 원장은 “임신 중 갑상선 질환이 진단됐다고 해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모든 항갑상선제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용량 조절하에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임신을 사유로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호르몬의 급격한 변동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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